가끔 찰리는 바늘이 시계의 반을 가를 때 눈을 뜬다. 달에 한두 번 올까말까 한 날이었는데, 그때마다 찰리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고는 했다. 일종의 습관이자 버릇이었다. 찰리는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창고에 가지런하게 정리되어있는 총기를 한아름 안고 현관문이 보이는 테이블에 쏟아 부었다. 어디 빠진 것 없나 살펴본 뒤, 다시 한 번 창고로 가서 손이 부족해 챙겨오지 못했던 물건들을 챙겼다. 기다란 막대와 드라이버, 천 조각, 기름. 손질에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어젯밤에 혹사를 당한 슈타우펜이라도 덩달아 일어나곤 했다. 그는 몸이 뻐근한 모양인지 허리에 손을 짚고는 찰리가 하는 모양새를 빤히 관찰했다.

그 날은 규칙적으로 찾아오지는 않았다. 술을 진탕 마시고 침대에 엎어진 다음 날에도 찰리는 꾸역꾸역 일어나 테이블에 기어가고는 했다. 그의 대령을 괴롭힌 다음 날에도. 물론. 컨디션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만의 규칙이라도 있는 걸까. 슈타우펜은 결국 그 규칙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총열 내부를 닦는 찰리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도 있었다.

찰리는 그럴 때마다 대답을 회피하고는 했다. 알 필요가 없다던가, 그냥 하고 싶다던가. 정답이 아닌 뻔한 대답들을 늘어놓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는 뜻이다. 슈타우펜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조용히 총을 매만지는 찰리의 기다란 손가락을 관찰하다 시선을 옮겼다. 찰리는 집중을 할 때 입술이 튀어나왔다.

 

슈타우펜은 화장실 수납장 두 번째 칸에 있어 그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권총을 찰리에게 건넸다

찰리는 잠시 손을 멈추고 세 손가락에 걸린 총을 빤히 쳐다보았다.


하긴, 당신도 군인이었으니까.”

무슨 뜻인가?”

총기를 다룰 줄 아냐고 물어볼 뻔 했거든.”


한참을 기다려도 찰리가 받을 생각이 없자, 슈타우펜은 테이블 위에 총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된 이후로 대부분의 손질은 하급자를 시켰지만, 전에는 도맡아서 했다네.”


아하. 찰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다시 시선을 총으로 옮겼다.


요즘 들어 손질의 횟수가 잦네만.”


찰리는 다시 손을 멈췄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슈타우펜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안 될게 있어?”

안 될 건 없지만... 피곤하지 않은가 싶어서 말일세.”

, 어제 꽤 힘 들었나봐.”


말이 끝나자마자 살짝 주름진 슈타우펜의 미간이 찰리의 마음에 들었다.


도와줄 건 없나?”

거기 옆에 앉아있어.”


슈타우펜은 순순히 찰리의 말을 들었다. 찰리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사뭇 진지한 손놀림으로 보였다. 찰리는 일부러 더 손질에 집중했다. 사실, 찰리는 아까부터 같은 부분만 닦고 있었다. 젠장, 이래서는 일찍 일어난 보람이 없구만.

관찰력 좋은 슈타우펜이 찰리 나름의 규칙을 발견하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외부에 있는게 아니라 내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찰리는 아주 가끔씩 슈타우펜을 보며 사랑을 느낄 때가 있었다. 돈을 얻기 위해, 쾌락을 얻기 위해 겉보기만 그럴 듯한 것이 아닌 진짜 사랑. 찰리는 그럴 때마다 얼음이 가득 들은 냉수 안에 얼굴을 들이 밀기도 하고, 집 밖을 빠져나와 마을 여러 바퀴를 달린 적도 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택한 방법은 테이블 위에 한가득 총을 내려놓고 그것들을 손질하는 방법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손질에 집중하다보면 찰리의 마음은 깨끗하게 씻겨 나가고는 했다

하지만 점점 한계가 다가왔다. 아무리 총의 기름때를 닦아내도 슈타우펜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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