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의 품에 가득히 안겨 자신을 경계하고 있는 커다란 두 개의 눈동자를 봤을 때, 찰리는 그 작은 짐승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 저거 웬 거야?”

귀엽지 않나? 보다시피 강아지일세. 강아지라고 하기는 조금 큰 것 같기도 하지만.”

 

클라우스의 해답은 찰리가 원한 답이 아니었다. 사실 찰리는 작은 짐승의 품종 따위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출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클라우스는 일부러 모르는 척을 하고 있었다. 커다란 귀에 검정색과 하얀색의 무늬를 지닌 개는 한술 더 떠 찰리를 향해 컹컹대며 짖었다. 클라우스는 자신의 허벅지 한 가득을 차지하고 있는 개의 귀 사이와 등허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복슬복슬한 털 사이로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였다.

 

나쁜 사람은 알아보는 모양이야. 그렇지?”

나 개 알러지 있어. 당장 쫓아내.”

 

말도 안 되는 핑계였다. 클라우스는 밤마다 맡던 개 비린내를 떠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뒤늦게 찰리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을 거란 걸 알아채고 머쓱하게 클라우스와 개를 번갈아 보았다. 개는 안정이 된 모양인지 찰리를 힐긋 보는 것 빼고는 더 이상 짖지 않았다.

 

길을 잃고 이 곳까지 따라왔더군. 잘생긴 것이 품종도 있어 보이는 개 같고. 분명 주인이 있을 거야. 주인을 찾을 때까지 여기서 맡아주는 게 좋겠어.”

 

찰리는 자신이 온 이후로 클라우스의 눈길이 계속해서 개에게 가 있는 걸 눈치 챘다. 한 쪽짜리 눈으로 얼마나 다정하게 개를 쳐다보는지. 누가 보면 주인인줄 알겠네, 알겠어. 중얼중얼 질투를 속으로 삼킨 찰리는 드디어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 올 생각을 했다.

 

원래 개를 그렇게 좋아했었나?”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클라우스는 입을 다물고 말을 골랐다.

작게 한숨을 쉬는 듯싶더니 곧이어 사실을 말하기로 결심했다.

 

내 아들이 항상 개를 키우고 싶어 했지.”

 

클라우스의 표정은 무척이나 담담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말과 표정은 찰리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약간의 침묵 끝에 찰리는 손사래를 쳤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찰리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클라우스는 안심하며 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잘 다듬어진 발톱이 바닥을 기분 좋게 긁었다. 개는 새로 등장한 얼굴의 채취를 기억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찰리의 주변을 맴돌며 그의 바짓단에 코를 박고 킁킁거렸다. 찰리는 허리를 숙여 개와 눈을 마주치고 위협적으로 으르렁댔다.

 

너 내가 누군지 알면 이러지 못할걸.”

 

새까만 눈은 찰리의 말에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곧이어 찰리의 말을 무시하고 그의 얼굴을 핥았다.

 

난 이래서 개들이 싫어.”

엄밀히 말하면 자네도 개과가 아닌가.”

난 특별하다고.”

그래.”

진짜라니까.”

알겠다고 했네.”

 

찰리는 멈추지 않고 툴툴거렸다.

 

개 밥은 줬어?”

물론. 자네가 오기 전에 사료를 사왔어. 자넨 먹었나?”

아니.”

난 먹었으니 알아서 챙겨먹게.”

 

클라우스는 밖에서 주워온 나뭇가지를 복도에 던지며 그것을 개가 물어오기를 기다렸다. 꽤 훈련이 잘 된 모양인지 개는 단번에 나뭇가지를 주워 클라우스에게 가져다주었다. 놀고들 있네. 찰리는 걸치고 있던 자켓을 집어던지고 부엌으로 갔다.

 

옷은 옷걸이에 걸어야지.”

 

뒤에서 들리는 클라우스의 잔소리는 귀를 긁으며 무시했다.

찰리가 대충 끼니를 때우고 나올 때까지 클라우스는 개에게 정신이 팔려있었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앉아. . 엎드려. 명령을 하니 말도 단번에 알아듣는다. 훈련이 잘 된 모양이 틀림없었다. 클라우스가 개에게 간식을 보여주자 개는 단번에 그의 얼굴 위로 폴짝폴짝 튀어 오르며 간식이 잡혀있는 손을 마구 핥아댔다.

 

당장 개 주인을 찾는 전단지를 만들어야겠어.”

그러게나.”

사진 좀 찍게 비켜봐.”

 

찰리는 괜히 큰 소리로 둘의 사이를 방해했다. 그 말을 들은 클라우스는 마지못해 잠시 개와 떨어졌다. 결국 클라우스의 손을 침 범벅으로 만들어놓고 간식을 얻어먹은 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찰리에게 사진이 찍혔다.

사실 클라우스는 아까부터 못마땅한 표정으로 주변을 맴도는 찰리를 눈치 채고 있었다. 방법이 어찌됐든 이 개가 주인을 빨리 찾는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겠지. 남을 속이는 직업을 하고 있는 자가 저렇게 표정을 숨기지 못할 줄이야. 클라우스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개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짧게 지켜보던 찰리는 전단지 작업을 하겠다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완성 한 전단지를 들고 온 찰리는 전단지 몇 부를 클라우스에게 보여주며 당장 밖으로 나가서 뿌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너무 늦지 않았나?”

이봐, 이 녀석의 주인이 분명 얘를 애타게 찾고 있을 거라고.”

 

빨리 다녀오겠다며 찰리는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어지간히도 싫나보군.”

 

어느새 동그랗게 몸을 말고 숙면에 들어간 개를 보며 중얼거렸다.

 



 

바로 다음 날 개의 주인은 사례금을 들고 클라우스와 찰리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의 손에 들린 큰 액수에 찰리는 기쁨을 숨기지 않으며 돈을 받으려고 했지만 클라우스의 만류에 결국 사료 값만 받고 주인과 개를 돌려보냈다.

 



 

클라우스는 문을 쿵쿵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일어났다. 찰리라면 문을 열고 들어올텐데. 아니면 찾아올 사람이 있나? 마을과 동떨어진 곳까지 굳이 시간을 내어 찾아 올 사람은 없었다. 찰리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 빼고는. 짧게 생각을 마친 그는 서랍에서 총을 꺼내 등 뒤로 숨기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작은 틈 사이로 새카만 주둥이가 문을 열어 재꼈다. 커다란 덩치에 클라우스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가 손에 아슬아슬하게 쥐고 있던 총은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밀려 날아갔다.

 

울프!”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건만 늑대의 모습을 한 찰리는 사람 말을 듣지 않기로 결심이라도 했는지 클라우스의 위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킁킁대느라 바쁘게 움직이는 콧잔등이 클라우스의 온 몸을 훑었다. 건강함의 표식인 축축한 코 덕분에 클라우스는 온 몸이 간지러웠다. 클라우스는 결국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온 몸에 힘을 풀고 그의 빳빳하게 선 털을 쓰다듬어주었다. 의중을 알 수없는 새까만 눈동자가 클라우스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은 건지 모르겠다. 클라우스는 자신의 위에서 내려 올 생각을 하지 않는 찰리를 건드린 무언가를 찾기 위해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사실 예상이 가는 게 하나 있었다. 그래도 설마. 애도 아니고. 클라우스는 결국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 개 때문인가?”

 

주둥이를 막는 뭉툭한 손목을 핥던 찰리는 자신의 귀에 박힌 단어에 잠시 행동을 멈췄다. 뭐라 항변을 하고 싶은 모양인지 컹컹 짖는 소리를 낸다. 클라우스는 웃음이 나려는 걸 겨우 참으며 헛기침을 해댔다.

 

, 물론 자네도 자네 나름의 매력이 있다네.”

 

아마 사람이었으면 능글맞게 맞받아쳤겠지만, 아쉽게도 찰리는 늑대의 모습을 벗어날 생각이 아직은 없는 듯싶었다.

 

저녁은 먹었나?”

 

그 물음에 찰리는 드디어 클라우스의 위에서 자리를 비켜주었다.

 

, 그저께 먹다 남은 고기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냉장실에 넣은 고기가 있는 걸 기억해낸 클라우스는 찰리를 위해 고기를 꺼내주었다. 찰리는 클라우스가 던져주는 고기를 열심히 씹어 먹었다. 아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씹지도 않고 삼키느라 목덜미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언제까지 늑대 흉내를 낼 건가?”

 

찰리는 고기에게서 주둥이를 떼고 클라우스를 쳐다보았다. 주둥이에 묻은 고기의 살점을 혀로 낼름 집어먹은 찰리는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클라우스는 그가 그로 변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눈을 살짝 감았다 뜨니 건방진 자세로 다리를 꼰 찰리가 앉아있었다.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벌거벗은 찰리에게 그의 옷을 던져 준 클라우스는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 대령님. 비위 맞춰주느라 죽겠다니까.”

내가 할 말을 그대로 하는군.”

어련하시겠어.”

 

곧이어 찰리는 자신은 생고기보다 익힌 고기를, 닭고기보다 돼지고기가 좋다며 불만을 늘어놓았다. 클라우스는 익숙하게 그의 말을 흘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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