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동안이나 보지 못한 얼굴이지만 그는 여전했다. 다른 거라고는 섬 특유의 내리쬐는 햇볕에 까맣게 탄 얼굴과 몸뿐이었다. 벤지는 한달음에 그에게 달려가 아는 척 하고 싶은 욕망을 누르기 위해 한참을 노력해야 했다. 반가움, 애틋함, 기쁨, 놀라움. 이단의 모습에서 이렇게나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가. 아니면 더 적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이단이 사라진 동안 벤지는 많은 것은 잃었다. 일부는 버린 것이기도 했다.


당신 정말 실종 되었던 게 맞기는 해요?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우스움이었다. 그토록 찾아다녔던 얼굴을 보니 떠오르는 것들은 원망의 말밖에 없었다. 벤지는 초조하게 허벅지 위로 손가락을 두드렸다. 섬의 햇빛은 도시와 다르게 강렬했다. 정수리에 땀이 맺히고 목구멍은 바싹 말라 침으로도 축여지지 않았다.

 

이단이 사라졌다. 이단이 사라진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 것은 그의 오랜 친우이자 연인이기도 한 벤지도 이단이 사라진 이유와, 그가 몸을 숨긴 장소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벤지는 이단을 믿고 있었다. 그가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은 연락을 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기에 참을 수 있었다. 약 한 달 정도는.

일 년 후 벤지는 이단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벤지가 이단을 다시 마주친 것은 각종 식재료들이나 섬사람들이 만든 조잡한 기념품들을 늘어놓고 파는 시장에서였다. 그는 커다란 칼로 잡은 생선들의 머리를 자르던 중이었다. 이단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벤지를 보고, 멋대로 뜨내기손님일 거라 짐작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섬사람과 달리 벤지는 햇빛을 못 받고 자란 사람처럼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 오신 건가요?”

자신에게 말하는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벤지는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단은 잠시 생선을 손질하던 것을 멈추었다.

좋은 섬이죠. 공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그리고는 장사꾼마냥 칼의 끝 부분으로 생선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요리만 잘 한다면 말이죠.”

씩 웃고는 섬 여러 곳의 가게들을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했다. 단순히 외부인에게 보이는 호의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벤지는 이단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재활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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