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년 동안이나 보지 못한 얼굴이지만 그는 여전했다. 다른 거라고는 섬 특유의 내리쬐는 햇볕에 까맣게 탄 얼굴과 몸뿐이었다. 벤지는 한달음에 그에게 달려가 아는 척 하고 싶은 욕망을 누르기 위해 한참을 노력해야 했다. 반가움, 애틋함, 기쁨, 놀라움. 이단의 모습에서 이렇게나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가. 아니면 더 적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이단이 사라진 동안 벤지는 많은 것은 잃었다. 일부는 버린 것이기도 했다.


당신 정말 실종 되었던 게 맞기는 해요?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우스움이었다. 그토록 찾아다녔던 얼굴을 보니 떠오르는 것들은 원망의 말밖에 없었다. 벤지는 초조하게 허벅지 위로 손가락을 두드렸다. 섬의 햇빛은 도시와 다르게 강렬했다. 정수리에 땀이 맺히고 목구멍은 바싹 말라 침으로도 축여지지 않았다.

 

이단이 사라졌다. 이단이 사라진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 것은 그의 오랜 친우이자 연인이기도 한 벤지도 이단이 사라진 이유와, 그가 몸을 숨긴 장소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벤지는 이단을 믿고 있었다. 그가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은 연락을 할 수 없는 일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었기에 참을 수 있었다. 약 한 달 정도는.

일 년 후 벤지는 이단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벤지가 이단을 다시 마주친 것은 각종 식재료들이나 섬사람들이 만든 조잡한 기념품들을 늘어놓고 파는 시장에서였다. 그는 커다란 칼로 잡은 생선들의 머리를 자르던 중이었다. 이단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벤지를 보고, 멋대로 뜨내기손님일 거라 짐작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섬사람과 달리 벤지는 햇빛을 못 받고 자란 사람처럼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 오신 건가요?”

자신에게 말하는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벤지는 한참 뒤에야 고개를 끄덕였다. 이단은 잠시 생선을 손질하던 것을 멈추었다.

좋은 섬이죠. 공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그리고는 장사꾼마냥 칼의 끝 부분으로 생선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요리만 잘 한다면 말이죠.”

씩 웃고는 섬 여러 곳의 가게들을 추천해주기 시작했다. 그는 여전했다. 단순히 외부인에게 보이는 호의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벤지는 이단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재활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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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 au (스포일러 있음)





순식간이었다. 사람이 칼. 아니, 거대한 검에 찔리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은 그다지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부류의 것이다. 그는 죽었고, 예상치 못한 전개에 범인들은 달아났다. 아마 범인들은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찌르고 싶었던 모양이지. 이단 헌트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사람이 죽을 땐 말이야. 아니, 우리들이 사람이던가? 전산으로 입력 된 사람인 척 하는 무언가가 아니라? 사람이 죽을 때는. 시체가 남는다. 이 곳은 장례를 치룰 필요가 없었다. 실체가 없었으니까. 어쨌든 그는 죽었다. 불쌍한 벤자민 던. 이단 헌트를 찌르기 위한 검에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에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죽음을 몰랐던 탓이겠지. 단순히 찾아오는 어둠이라거나, 침묵. 사라지는 것들 등등. 사람이 아니었기에 피가 튀기거나 창자가 튀어나오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죽었다는 사실 하나만 빼면 예전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의 몸통에 꽂힌 검을 제외하면 그는 살아있는 사람 같았다.

 

정신 차려요!

 

심지어 말도 멀쩡하게 하잖아. 사람 몸통만한 검이 빛을 내며 웅웅 거렸다. 유쾌한 목소리는 여전하다. 앞으로 할 일도, 앞일도 모르겠는데 어쩌지? 이단은 그제서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도 부작용 중 하나일까? 바이러스의 일종? 아니면 버그? 클라우드 뱅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벤지는 이단의 마음을 아는 듯 웃었다. 여기서 제일 태평한 사람을 꼽으라면 의심 할 여지도 없이 벤지일 것이다. 죽지만 않았다면.

 

일단 내 몸에서 내 몸 좀 꺼내줄래요?

 

이단은 벤지의 말대로 하기로 결심했다. 오늘의 불쾌한 경험 두 번째. 검이 바닥에 끌리며 듣기 싫은 소리를 냈다. 거대한 모습과는 달리 가벼운 무게였다. 적당히 끌고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무게. 구점 육 킬로그램 정도 되는. 이단은 벤지에게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바닥에 죽어있는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미안해요.

 

감상에 젖을 틈도 없었다. 아무래도 이걸 찾으러 온 것 같네요. 이단을 죽이기 위해 던졌던 검. 그리고 벤지를 찔렀던 검. 바닥에서 솟아오르는 바이러스들을 보며 이단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목소리를 잃은 사람과, 목소리를 얻은 검이라니.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이단은 바이러스에 감염 된 프로세스들을 보며 숨을 가다듬었다. 사실 가다듬었다는 표현은 잘못 된 표현이었다. 애초부터 가다듬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가다듬는 척을 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단은 그에 맞춰서 행동하는 것뿐이고.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기?

 

벤지는 고개를 돌린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바로 옆에 이단의 얼굴이 떠올랐다.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이단 헌트가. 표정을 보니 후자는 절대 아니겠군.

 

복수?

, 그건 진짜 안 좋은데.

 

 

 

세상이 망해가는 와중에도 피자 가게는 정상 영업이라니!

 

코너에서 얼핏 보이는 가게는 아직 간판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정상 영업합니다. 배달지와 메뉴를 고르세요. 먹음직스러운 피자를 눈앞에 두고 지나치는 사람은 없다. 특히 그 가게의 이름이 정 션 피자일 때는 더더욱. 아무리 복수극이라도, 이런 여유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이단은 망설임 없이 단말기 앞으로 다가갔다. 배달지는 집. 메뉴는.

 

여기 메뉴가 왜이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건 파인애플 피자가 유일한 것 같은데요.

 

역시, 무난하게 페퍼로니로배달 완료시까지 4:00. 이단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벤지의 투덜거림도 잠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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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갈림길이 있다면, 어떤 길을 선택하겠어? 그 질문에 벤지는 눈알을 굴리며 꽤 시간을 들여 대답했던 것 같았다. 일단은 안전한지를 살펴봐야겠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보라는 말도 있잖아요. 상대방은 간단한 추임새를 내고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를 선택 했을 때 무엇을 잃는지도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던 것 같다. 경험으로 배웠던 건 하나도 소용이 없었다. 그동안 뼈가 빠지게 굴러왔던 현장에서 배운 것? 단 하나도 없었다. 어쨌든 대답은 필요했다. 그 때쯤 결심을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사실 결심 따위를 했다는 것은 분에 넘치는 이야기다. 어설픈 한숨 소리만 빠져나올 뿐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내게 선택을 할 권리는 있는 걸까요?

이 대화, 어디서 들어 본 것 같이 익숙하지 않아?

그러게요.

다시 한 번 선택을 했다.

 

 

, 무슨 일이 있었나보네.”

 

지구가, 세계가. 지금 살고 있는 이 곳이 망한다면 어떠한 기분이 들까. 황폐화 된 도시 위에서 제일 첫 번째로 느낀 감정은 허무함이었다. 슬프거나, 놀랍다는 생각 따위는 나중에 찾아왔다. 언젠간 이럴 줄 알았어. 항상 보던 것이었다. 세계를 정화하겠다고 설치는 광신도들, 막대한 자금을 손에 쥐고 흔드는 악당들, 세계정부의 손에서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핵폭탄 따위의 무기들. 우려하던 일이 터진 것뿐이다. 벤지에게 있어서는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어제까지 실패를 막기 위해 노력하던 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실패는 예견되어 왔었고, 벤지는 실패를 막을 힘이 없었다.


하지만 이단이라면 다르겠지.


이단 헌트. 벤지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름과 동시에 불안이 자신을 덮쳐오는 것을 느꼈다. 이단이라면 그 실패를 눈앞에서 직접 보았을 것이다. 가로등이 바닥에 처박혀있고, 콘크리트 바닥은 알 수 없는 파편에 의해 반으로 갈라지는, 그 속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들도. 이단은 제일 먼저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이단은 해결책을 알고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느낀 감정은 희망이었다.

벤지의 주 분야는 해킹이었다. 동시에 이 시점에서는 제일 필요가 없어진 분야기도 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핸드폰과 온갖 기기들의 버튼을 눌러 확인했지만 역시나. 멸망한 세계에서 전파가 통할 거란 생각을 했다니. 안일했다. 바닥으로 던진 노트북을 발로 대충 밀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치웠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숨을 쉬었다. 손을 뗄 용기가 없었다. 이단은 살아 있을까. 그는 어디에 있을까. 내가 그라면 세계가 망한 것을 보고 제일 먼저 어디에 갈까?

 

꿈이었으면 좋겠다.

 

살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오는 길에 시체 몇 구와, 알 수 없는 출처의 덩어리를 물고 달아나는 쥐새끼 몇 마리만 보았을 뿐이다. 총을 허릿춤에 찔러 넣은 체로 단단히 무장하고 나온 것이 머쓱할 정도였다. 벤지의 걸음이 멈춘 곳은 IMF 내에 존재하는 지하벙커였다. 커다란 철문은 누가 들어간 흔적을 보여주듯 반쯤 열려있었다. 지문이나 홍체 인식기는 이미 고철이 된지 오래였다. 문이 열려있다는 뜻은 안에 누가 있는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경계가 필요했다. 벤지는 손에 쥔 총을 단단히 고쳐 잡았다. 걸음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안에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벽이나 바닥에 커다란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우당탕. 듣기 싫은 소리에 벤지는 인상을 썼다. 아니면, 몸싸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벤지의 손바닥에 땀이 맺혔다. 걸음 소리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들리는 소음에 묻혀버렸다. 벤지는 뛰기 시작했다.

 

이단!”

 

그리고 익숙한 뒷모습에 환호성을 질렀다. 멸망한 세계에서 처음 만나는 얼굴이 익숙한 얼굴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기쁜 일이었다.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기쁨은 더 오래 갔겠지. 그건 이단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고철덩이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벤지에게 다가갔다. 그 다음은 포옹이었다.

 

살아 있어서 다행이야...”


딱딱하게 굳은 자세로 이단의 포옹을 받던 벤지는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닫자 그의 양 볼을 잡고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이단이 두 번째로 꺼낸 말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

 

말이 끝나자마자 벤지는 무심코 그의 눈꺼풀을 뒤집어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탁한 부분은 없고 초점도 잘 맞는다. 맑고 또랑또랑 한 것이, 평소의 이단과 같다. 이단은 벤지의 반응을 이해라도 한다는 듯 그의 손길을 쳐내지 않았다. 장난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말투만 듣고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어떻게요?”

이 기계를 사용해서.”

 

이단이 가리킨 곳에는 군데군데 부품이 비어있는 추레한 고철덩이가 있었다. 안 그래도 없었던 현실감은 점점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벤지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물었다.

 

타임머신?”

정확히 말하면 다르지만.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

비현실적이네요.”

나도 알아.” 들어본 적 없는 낮은 목소리였다. 벤지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기계는 내 전문이니까,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 이단.”

그 말을 들은 이단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그 날 밤부터 작업이 시작했다.

 



이단이 며칠 째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오지 않았다? 우스운 말이 틀림없었다. 벙커는 집이 아니었다. 이단이 며칠 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벤지는 초조하게 움직이던 몸을 멈추고 이단이 희망을 걸고 있는 기계를 좀 더 살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벤지는 이단을 믿고 있었기에 이 말도 안 되는 희망을 따르기로 결심했다. 낭비 할 시간이 없었다. 이단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벤지가 이단의 몫을 해야 될 때였다.

부품을 채워 넣어 거의 완성 된 기계는 현실의 물건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놀라운 성능을 보여줬다. 기계의 핵심 능력은 단 하나였고, 독보적이었다. 바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 드라이버를 들고 기계 앞에서 설치던 벤지는 전류가 흐르는 전선의 피복에 손가락을 뎀과 동시에 드라이버를 떨어트렸다. 바로 기계의 성능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결을 따라 피부가 재생이 됐다. 화상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동시에 떨어지지도 않았다는 것 마냥 드라이버는 여전히 벤지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말도 안 돼.”

 

매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애초부터 이건 인간의 기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IMF 내에 이런 물건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이단이 이것을 어떻게 찾아낸 건지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실행조차 하지 않은 기계의 위력이 이 정도라면, 부품을 모두 채워 넣는다면 그의 가설은 성공할 것이 분명했다. 세계가 멸망하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헛된 희망이 아니었다.

 

 

 

이단이 돌아왔다. 금방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모습으로 말이다. 바닥에 쓰러지듯 누운 뒤 마지막 부품들을 벤지에게 건넸다. 벤지의 손에 검붉은 피가 옮겨 묻었다. 손바닥에 묻은 이단의 것이 분명한 혈액을 확인한 벤지는 발이 얼어붙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런 식의 끝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줘. 벤지.”

 

마지막 말이었다.

벤지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이단의 뜻을 이루는 것. 이단이 했어야 되는 일을 하는 것. 마지막 부품을 끼워 넣은 벤지는 망설임 없이 버튼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버튼은 눌리고, 시간은 되돌아 갈 것이다. 이단이 원했던 대로. 모든 해결책이 과거에 존재한다고 믿는 것 마냥. 과거로 돌아가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다. 세계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다. 이단은 살아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건 바뀔 것이다. 작은 의문이 피어올랐지만 곧 희망에 의해 짓밟혀버렸다. 벤지는 다시 망설임을 버리고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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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아침 식사를 차리기 전에 벤지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아직 꽃을 맺지 않은 줄기와 다육이 화분에다 물을 주는 일이었다. 세수도 하지 않은 얼굴로 바로 옆에 있는 분무기를 들어 물을 채우고, 화분에 평편하게 쌓인 흙바닥에 물을 몇 번 뿌려준 뒤 줄기에는 꽃망울이 얼른 피기를 기다리며, 무럭무럭 자라기를 기대하며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햇빛이 잘 드는 곳에 화분들을 옮긴 다음 창문을 열어 함께 바람을 쐬는 것 까지. 이것이 바로 바른 생활의 본보기 같은 아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용도를 마친 분무기를 화분 옆에 내려놓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다육이가 문제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상 없이 푸르던 이파리에 점박이처럼 검은 무늬가 찍혀있었다. 손가락으로 이파리를 쓸어 확인해 보니 검은 것이 묻어나지는 않는다. 잠깐 그 앞에서 고민하던 벤지는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봤자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금방 깨달았다. 키워드를 따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봐도 달마시안이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만 나올 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일단은 휴대폰을 들어 이파리의 상태를 사진으로 남겼다. 이 문제를 아주 손쉽게 해결 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다. 사실, 벤지는 오히려 이 원인모를 반점이 생긴 것을 기회로 그에게 말을 한번이라도 더 붙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래하고 있었다.



 

실례할게요.”

 

퇴근만을 기다렸다. 벤지는 퇴근 할 시간이 되자마자 겉옷을 챙겨 후다닥 밖으로 튀어 나갔다. 몇 주간 얼굴을 열심히 보인 덕에 단골이 된 가게는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사람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리는 종이 경쾌하게 울렸지만 가게 안은 조용했다살짝 좁은 입구 안으로 몸을 들이 밀자 텁텁한 흙냄새가 퍼졌다. 눈높이에는 커다란 잎사귀가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위로 올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가게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깊숙한 곳, 그가 있을 거라고 짐작되는 장소는 가게 한켠에 딸린 비닐하우스였다. 생각과 동시에 멀리서 물이 찰박거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 곳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벤지는 비닐을 옆으로 재끼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아니나 다를까, 안에는 기다란 호스를 들고 있는 그가 갑작스러운 손님의 등장으로 놀란 얼굴을 하고 벤지를 돌아보았다.

 

인기척이 없어서 온지도 몰랐네요. 반가워요.”

 

가게 주인의 인사에도 불구하고 벤지는 거의 넋을 놓고 있었다. 그는, 이단은, 새파란 식물들에게 둘러싸인 이단은 정말 넋을 놓고 바라볼만했다. 무엇보다 물이나 흙 따위를 묻히지 않기 위해 이단이 착용한 해바라기가 그려진 앞치마까지. 벤지는 실없이 웃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이를 악 물었다. 그리고 자신의 음흉한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허공을 바라보며 이 곳에 온 이유를 생각해내기 위해 애썼다.

 

, 그 앞치마...”

.”

 

애만 썼다는 뜻이다. 이단은 머쓱하게 웃으며 손바닥으로 앞치마에 군데군데 묻은 흙을 털어댔다.

 

안 어울리나요?”

아뇨! 저도 마침 앞치마가 필요했는데 그 디자인이요. 참 귀여워서 가지고 싶어서요. , 그러니까. 잘 어울린다구요.”

 

벤지는 입을 막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저번에 샀던 식물에 문제가 생겨서요.”

 

화제 전환이 필요했다. 벤지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 갤러리에 들어갔다.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을 누르니 오늘 아침에 찍은 다육이 사진이 있었다. 최근 들어 특별히 물을 덜 주거나, 더 주거나 다른 짓을 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런 증상을 보인다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 말을 곰곰이 듣던 이단은 사진을 보기 위해 벤지에게 한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벤지는 잠깐 숨을 멈췄다가 천천히 내뱉었다. 너무 긴장한 티를 내는 것도 바보 같아 보이니까. 이건 그냥 평범한 대화일 뿐인데 말이야.

이렇게 가까이서 이단의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다. 아무래도 식물과 부대끼고 살다보니 좋은 공기를 많이 마시고, 그밖에도 모를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잘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이단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 액정에 가까이 갔던 얼굴을 들어 벤지를 쳐다보았다.

 

벤지, 혹시 항상 창문을 열어놓나요?”

아침에 열었다가, 저녁에 닫아요.”

예민한 친구네요. 이 점 보이죠? 공기 중에 타고 온 병원균에 감염 되어서 생긴 거예요. 약 좀 바르고 흙만 갈아준다면 시드는 거 없이 잘 자랄 거예요.”

 

말을 마친 이단은 찬장에서 작은 플라스틱 통을 벤지의 손에 쥐어주었다.

 

관심 없으면 발견하기 어려운데, 잘 돌봐주고 있는 거 같아서 보기 좋네요.”

식물에 관심이 많아서요.”

 

정확히는 몇 주 전, 최근에 생긴 관심이었다.

 

돈은 안 받을게요. 걸리기 힘든 병인데, 여기서 산 친구가 병에 걸렸으니까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벤지는 이단이 건네주는 비닐봉지에 담은 흙을 받았다. 한 손으로 지갑을 꺼내기 위해 끙끙대니 들은 말이다.

 

그래도 약이랑 흙까지 챙겨주셨는데...”

정말 괜찮아요. 그리고 자주 오시기도 하고. 고마워서요.”

, 이단. 그럼 이따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래요?”

 

급하게 튀어나온 말은 싸구려 플러팅과 다를 바 없었지만 벤지는 기회를 놓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단은 흔쾌히 승낙을 했고, 벤지는 확실히 이것이 기회가 맞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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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을 깨닫게 된 것은 존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존재함과 동시에 깨달았다고 해도 될 정도로. 눈앞에 있는 커다란 반달 모양의 그 것을 작은 앞니로 갉아 먹었고, 몸집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게 변한 주변 풍경들을 보며, 해야 할 것을 깨달았다. 이 일련의 과정들을 본능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람의 신체의 일부를 먹고, 그 사람과 똑같은 외피를 뒤집어 쓸 수 있다니, 얼마나 편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적어도 그 존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한 줌도 안 되는 크기로 살 때는 취급도 안 해주는 세상에서 살았지만, 단지 그럴듯한 외양을 갖추고 그럴듯한 표정으로 그럴듯한 행동으로 연기만 해주면 세상은 백 팔십 도로 뒤바뀌었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 존재를 환영했다. 그는 타고난 기질 덕분에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법을 알고 있었고, 사람들이 원하는 외피의 행동을 함으로서 자리를 잡고 살아갈 수 있었다.

 

반가워요. 이 근처에서는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해맑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모습에 적당히 반응했다. 똑같이 웃으며 손을 내밀면 되었다. 힘주어 잡은 손이 위 아래로 흔들렸다.

이웃의 이름은 벤자민 이었다. 벤자민 던. 그는 사람 좋은 얼굴로 자신을 벤지라고 소개했다. 즉흥적으로 골라둔 이름 몇 가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골랐다.

이단 헌트입니다.”

아마 전에 썼던 이름일 수도 있다. 말을 뱉자마자 익숙한 울림이라고 생각했다.

벤지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사람을 흉내 내는 것에는 사랑만한 것이 없었다. 그는. 이단은. 항상 사랑이란 감정을 최대한 즐기고 매번 사랑하는 것에 충실했다. 한 번의 악수 이후로 이단은 벤지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벤지가 이단을 사랑하게 된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단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벤지가 마음에 들었다. 벤지랑 같이 있는 것은 시간이 가는 걸 까먹을 정도로 즐거웠다.

 

지금보다 심술궂었던 옛날에는 상대의 자리를 빼앗고 차지하는 것에 욕심을 부렸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단은 안정감을 원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 분명고, 실제로도 그렇게 노력했다. 벤지는 이단이 자신의 집에 들어와 살기를 원했다. 이단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벤지가 질리거나, 이단이 질리거나 아니면 둘 다거나. 그런 일이 오기 전까지 정체를 들키지 않을 진짜 이단 헌트의 여유분은 충분했다.

옮길 짐은 적었고 하루도 안 걸려 이사는 끝났다.

 

작은 실수는 인간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것이 이단일 경우에는 꽤 골치 아파지는 일이었지만.

이단은 평소와 같이 자신이 되기 위해 그의 일부를 먹었다. 항상 같은 시간이었다. 반드시 그 시간이여만 되는 건 아니었지만 항상 엇비슷한 시간이었다. 어찌되었던 벤지가 눈을 뜨기 전이면 됐다.

평소와 같았다고 생각했다. 몸이 변하는 것을 확인하고, 대충 옷가지를 끼어 입고 벤지를 위한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벤지가 일어나는 것은 금방이었다.

 

세상에.”

이단이 냉장고를 뒤적이고 있을 때, 벤지는 냉장고를 뒤적이는 자신을 보았고 그가 낮은 비명을 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단은 벤지의 모습을 하고 냉장고를 보고 있었다. 바로 벤지의 앞에서. 자신의 철두철미함을 완벽하게 믿었던 이단은 벤지의 멍청한 표정을 일 분 이상 본 후에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급하게 얼굴과 몸을 더듬어 보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이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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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쏟아지는 물에 목이 옥죄이는 꿈을 꾸었다. 아가미 틈 사이로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결핍된 산소 덕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려보았다. 꿈이 아니었다. 꿈이었나?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다섯 개로 갈라진 발가락, 그 위로 단단한 굳은살로 이루어진 뒤꿈치 그리고 발등 위 흐르는 핏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발에서부터 종아리, 허벅지까지. 피부를 피부로 느끼기 위해 손바닥으로 쓸고 또 쓸었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짓눌렀다. 숨을 참았지만 냄새는 계속해서 흘러들어왔다. 닳을 것처럼 허벅지를 쓸어내리던 손바닥을 들어보았다. 손바닥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가린 어둠을 치우기 위해 눈을 크게 떴다.

이단은 그제서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속에서.

목덜미에 칼로 패인 것 같이 난 아가미가 뻐끔거리며 공기방울을 뱉었다.

 

2. 아주 어렸을 때 바다에 빠진 적이 있었다.

물속에는 아무도 없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모든 소리가 더 잘 들렸다. 새까만 돌바닥이 신발 밑창에 밟혀 깨지는 무거운 소리, 제 몸보다 큰 등딱지를 진 게들이 기어가는 가벼운 소리, 도움을 구하기 위해 고함을 치는 높은 목소리, 끔찍한 결말을 지레짐작하고 울음을 터트린 낮은 목소리. 모든 소리는 물과 함께 몸을 감싸주었다.

폐 속에 물이 차오르는 느낌.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횡격막이 뒤집히고 기침이 났다. 입 바깥으로 공기방울이 터지는 것이 아른아른 보였다. 몸속을 차지한 호흡기계는 목숨을 부지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산소가 부족해진 뇌는 몸을 포기했다. 손가락에서부터 힘이 빠지고 그 다음 차례는 몸통이었다.

잠들지 마.

이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는 말이 들렸다. 벤지는 점점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들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며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숨 쉬지 마.

명령을 따랐다. 입을 꾹 다물고 더 이상 몸속에 물이 들어오지 않게 노력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힘으로 물 사이로 일렁이는 모습을 보기 위해 얼굴을 찌푸렸다. 파도가 칠 때마다 흔들리는 머리카락, 두꺼운 눈썹, 깊게 패인 눈두덩이와 굵은 선으로 그려진 얼굴. 사실, 벤지는 자신이 이미 죽었을 거라고 착각했다.

그는 손을 뻗어 벤지의 허리를 잡은 뒤 가뿐히 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순식간이었다.

벤지는 정신을 잃기 직전까지 그의 얼굴과, 몸을 보기 위해 노력했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보이는 그의 탄탄한 가슴 밑에는 물고기의 형상이 있었다.

물 위로 번쩍 솟은 새하얗게 질린 머리통 하나에 비명 소리가 꽂혀들었다. 힘이 빠진 몸은 수면 위로 둥둥 떠다녔다. 해변가의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며 물에 적셔진 벤지를 육지로 끌어당겼다. 숨을 확인하고, 턱을 뒤로 당겼다. 명치에 힘을 실어 누르며 살아남기를 기도했다. 벤지는 경련하며 물을 토했고, 헛소리를 뱉었다. 목숨을 살려준 그의 행방을, 정체를 묻는 말이었지만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벤지를 제외한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참동안이나 엎드려서 짭짤한 바닷물과 몸속에 있는 모든 것을 토해냈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가 자신을 살려주었다는 사실 하나는 잊지 않았다. 친구들은 벤지의 등을 두드리며 상태를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온 몸의 수분이 다 빠져나갔을 때 쯤 벤지는 휘청거리는 다리로 겨우 육지에 섰다. 다시 바다로 뛰어들기 위해 몸을 구부렸지만 힘없는 몸은 아주 쉽게 제압당했다.

잠들지 마.

목소리는 벤지를 휘감았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도 계속. 인간? 괴물? 아니면 꿈? 벤지는 잠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꿈은 아니었다.

 

3. 소년이 해변을 배회하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새하얀 맨 발바닥은 새까만 바위 틈새를 사뿐히 밟으며 이곳저곳을 옮겨 다녔다. 뒤꿈치부터 발바닥 그리고 발가락이 평평한 바위를 쓰다듬듯 걷는 것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찾는 것 마냥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이단은, 알았다. 소년이 찾는 것이 자신이라는 것을. 하지만 바다에 뛰어들 용기는 없다는 것도.

소년은 이따금씩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를 쳐다보다가 제자리를 열 바퀴씩 빙빙 돌았다. 모습을 감추기도 했다. 이단은 수면 위 눈만 빠끔히 내밀고 소년을 쳐다보았다.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소년은 목적 없이 해변가를 돌아다니고 이단은 그런 소년의 행동을 관찰했다.

소년이 다시 나타났을 때, 그의 얇은 금색 머리카락은 바람에 나부낄 정도로 자라 있었고 어깨에는 무거워 보이는 나무판자 따위를 걸치고 있었다. 이단의 일과 중 하나는 그를 지켜보는 것이 되었다. 어설픈 동작으로 나무판자 위에 망치를 휘두르기도 했고, 힘 조절을 못한 나머지 판자를 반으로 쪼개 버리기도 했다. 손바닥과 손등은 나무 조각에 긁힌 상처로 가득했다. 이단은 설마 하는 생각에 그 주변을 빙빙 돌았다.

만들고자 한 것은 배였지만 완성된 것은 배라고 하기는 빈약한 상자였다. 그도, 이단도 그것을 보며 한 생각은 아마 똑같았을 것이다. 한 명은 그 사실을 전달 할 수 없었고, 한 명은 자신의 노력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는 한참동안 상자의 모습을 한 배와 깊이를 모를 새까만 바다를 번갈아 보았다. 한숨을 크게 쉬고 무어라 다짐을 하는 듯 자신을 다독이다가 결심했다.

이단은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이봐요. 지금 그걸 타고 바다로 가려는 건 아니겠죠?

목소리는 공기 중에 흩어져 들리지 않았다. 파도가 찰박이는 새까만 바위에 팔을 걸치고 그를 쳐다보았다. 시선이 옮겨가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는 뒷걸음질을 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이단은 눈썹을 찌푸렸다.


꿈이 아니었어.”


그래. 이단은 가뿐하게 바위 위로 올라가 앉았다. 비늘로 이루어진 하체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는 말로는 꿈이 아니라 말했지만 꿈을 꾸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난파선에서, 인간의 유물을 본 적이 있었다. 인간의 삶에 대해 기록한 책이었다. 책은 물에 젖어 제 모습을 유지하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내용은 알아 볼 수 있었다. 인간들은 처음 볼 때 손을 내밀어 인사한다. 이단은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꿈이 아니었어요.”


다시 한 번. 반복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서럽게 울고 있었다. 턱 끝으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에 이단은 당황했다. 어찌해야할 바를 몰랐다. 꼬리는 불안하게 흔들렸고 내밀은 손은 안타깝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괜히 모습을 보인 걸까. 옛날의 기억은 옛날의 기억으로 두는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 소년의 발바닥 위로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다. 인어는 울지 않는다.

 

4. 벤지는 지켜보는 것에서 한 발짝 더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넝마덩이가 되어버린 상자는 땔감으로 쓰고, 비슷한 것을 만드는 것 대신 돈을 벌기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촌구석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지만 노력했다. 자그마한 일을 가리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의 심부름에서부터 바다에서 들어오는 수하물을 옮기는 일까지 모두 벤지의 일이 되었다.

인어는 실존했다.

그것이 벤지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동안 모은 화폐 뭉치를 선박 주인인 존에게 내밀었다. 존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벤지에게 따라오라는 표시로 손짓했다.


남이 쓰던 것이긴 하지만, 너에게 충분한 것이 하나 있지.”


항구 위에 튼튼한 쇠사슬로 묶인 커다란 배 대 여섯 척을 지났을 때, 존과 벤지의 걸음은 멈추었다. 앞에는 두 명 정도가 넓게 앉을만한 크기를 가진 요트가 있었다. 뒤를 돌아보며 벤지의 의사를 묻는 존에게 기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존은 벤지에게 필요한 여러 물건 따위를 챙겨주며 물었다.


바다에는 관심 없지 않았나?”

생겼어요. 작은 배라도 한 척 정도는 가지고 싶었거든요.”

여행이라도 떠나시게?”

여행이요? 그냥 조금 멀리 가서 낚시나 하는게 다겠죠.”


준비했던 변명을 천연덕스럽게 뱉었다. 감쪽같이, 어깨도 한 번 으쓱여주고. 존은 별 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의심을 할 이유는 없었다. 작은 바닷가 마을은 이상한 일에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지만 자연스러운 일에는 모두들 관심이 없었다.

결국, 벤지의 짧게 깎은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닿을 때 쯤, 그는 낡은 요트 한 척을 샀다. 곳곳에 녹이 슬은 오래 된 것이었지만 밑바닥은 튼튼했고 구형 엔진도 달려있어 바다 위 어디든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요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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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타AU


얼굴까지 가릴 정도로 물건을 껴안고 계산대로 걸어오는 모습에 눈을 비볐다. 이걸 다 들고 갈 수는 있나요? 묻지 않았다. 귀찮은 일에는 끼지 않는 것이 벤지의 생활 신조였다. 손님이 물건을 하나 들고 오든, 수십 개 또는 수백 개를 들고 오든 그것은 벤지와 관련 없는 일이었고 그는 자신의 일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가 계산대에 물건을 올릴 때까지 기다렸다. 누구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는 급하게 계산대에 물건을 올려놓았다. 아주 급하게, 던져 놓는 물건들에 벤지는 얼굴이라도 맞을까 몸을 움츠렸다. 진정시킬 필요가 있는 손님이었다.


좋은 아침이에요.”


벤지는 아침마다 의례적으로 하는 말을 내뱉었다. 그는 벤지가 말을 걸거라 예상을 못했는지 잠깐 행동을 멈추었다.


저는 어디 도망가지 않으니까 천천히 해도 돼요.”

좋은 아침이에요.”


그는 대답 대신 벤지와 똑같은 말투로 인사를 했다. 기계적으로 바코드를 찍던 벤지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눈이라도 마주치거나 그도 웃고 있다면 똑같이 웃어줄 생각이었다. 목소리가 좋았던 이유도 있고, 황당한 손님의 얼굴이 궁금했던 이유도 있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벤자민, 정말 좋은 아침이네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 번 말했다. 벤지의 왼쪽 가슴에 달린 명찰을 보고 이름을 불러주었다. 벤지는 손에 쥐고 있던 땅콩 통조림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그의 입에서 나오는 자신의 이름을 들어서. 그 이름이 아주 달콤하게 들려서.


, 미안해요. 새 것을 가지고 와도 좋아요.”


벤지는 허리를 숙여 한쪽 면이 움푹 파인 통조림을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단이에요.”

이단?”

내 이름말이에요. 당신 이름은 벤자민, 그러니까 벤지. 내 이름은 이단이구요.”


. 벤지는 자신도 모르게 멍청한 소리를 내었다. 이단. 속으로 그 이름을 불러보았다. 웃음을 참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기도 했다. 이상한 사람은 이단이 아니라 벤지였다. 계산대 위에 물건을 다 올려놓은 이단은 아예 그 위에 팔을 괴고 벤지를 쳐다보았다.


실례인 건 알지만… 이걸 다 들고 갈 수 있나요?”

벤지.”


이단은 벤지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벤지는 토마토 케찹을 들고 있었다. 이단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웃었다. 말 같은 것을 할 필요는 없었다.


십 분 뒤에 퇴근이에요.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변한 것은 없었다. 단지 숨겨왔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었다. 식사를 준비하던 벤지는 테이블 밑에 딱 맞게 수납 된 총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이단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샤워를 하겠다며 들어 간지 삼십분 째였다. 벤지는 룸서비스로 시킨 와인과 토마토 주스를 잔에 따랐다.


이단, 룸서비스가 도착했어요.”


이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뻔했다. 살인? 감시? 도청? 벤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총이 숨겨진 테이블 밑으로 움직였다.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단. 벤지는 화장실 문 앞에 섰다.


기다릴게요.”


바케스에 담긴 얼음은 절반 정도 녹아있었다. 이단이 나올 때쯤이면 미지근한 와인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벤지는 계속해서 기다렸다. 딸칵. 문의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벤지는 문을 열고 욕실 벽에 기대어있는 이단을 보았다. 물에 흠뻑 젖은 생쥐꼴이었다. 벤지는 어색하게 웃었다.


뭐해요? 얼른 나와요.”

잠시만……잠깐만.”


이단은 양 손에 얼굴을 묻었다. 벤지도 마찬가지였다. 언제까지 알고 있다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벤지는 이단이 무슨 짓을 했더라도 그를 믿을 자신이 있었다. 영원히 연기를 해야 한다면 기꺼이 그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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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랑루즈는 곧 성공을 뜻하는 장소였다. 적어도 이단에게는 그랬다. 화려한 데뷔, 완벽한 연기 그리고 배우로서의 성공. 이단은 재능이 넘치는 신인이었다. 다음 연극의 장소는 물랑루즈야. 완벽한 무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물론 춤과 노래도 빠질 수 없지. 이단의 눈앞에 있는 것은 물랑루즈, 즉 성공을 위한 계단이었다.

일이 엉망진창으로 꼬이기 전까지는. 이단을 위해 극의 내용을 써주기로 한 작가가 계단 뒤편에서 머리가 깨진 체 발견 되었다. 그저 그런 치정 싸움 때문에, 말다툼을 하던 연인은 홧김에 그를 바닥으로 밀어버렸다. 손톱은 그의 마지막 발버둥을 보여주듯 흉하게 뭉개져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성공의 계단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물랑루즈에는 죽은 작가보다 더 훌륭한 작가들이 많았다. 코난 도일과 비견할만한 작품을 출판했지만 홍보의 부족으로 망한 작가, 화려한 문장으로 수많은 이성을 눈물 짓게 만든 이성편력이 무절제한 작가. 까다롭게 살펴보았다. 이 사람은 고집이 세, 이 사람은 이러다가 전 작가 꼴이 나겠는데?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때? 투박한 손가락 끝이 닿은 곳은 영국에서 성공을 위해 물랑루즈를 찾아 온 젊은 작가였다. 이력은 고작 세 줄 정도밖에 안 되어있고 흐릿한 사진으로만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지만. 이단은 오늘 밤 그를 찾아가 자신의 극의 가사를 써 달라 부탁하기로 결심했다.

 


물랑루즈의 밤은 화려하다. 온갖 색의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사람들, 노래를 부르며 유혹하는 매춘부, 즐기기 위해 돈과 보석을 싸들고 찾아오는 구매자들. 화려한 보석들 사이에서 빛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벤지는 날이 밝자마자 물랑루즈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사랑을 찾아봐. 돈으로 여자든, 남자든 사서 즐겨봐. 좋은 경험이 될 거야. 파리에 도착하기 전 친구들이 으스대며 지껄였던 말들이 떠올랐다. 전부 다 헛소리였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특히 사랑은. 돈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차원의 문제였다. 새빨간 풍차는 계속해서 돌아갔고, 파리의 모든 것은 지루했다.

벤지는 테이블에 앉아 연거푸 술을 마셨다. 고향에 돌아가면 무엇을 할지 막막했다. 친구들의 으스대는 꼴이 보기 싫어 홧김에 물랑루즈에 온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했다. 벤지는 사랑을 하고 싶었다. 첫 눈에 반하는 사랑.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랑.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사랑.


이봐요.”


창부를 부르지 않았다. 벤지는 취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테이블에 기댔다. 누구신가요. 또는 난 당신을 찾지 않았어요. 목구멍에서 제멋대로 빠져나온 말은 웅얼거리며 흩어졌다. 투박한 손바닥이 벤지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벤지는 겨우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린 쪽을 확인했다.


꽤 찾기 어려운 곳에 있으셨네요.”


벤지는 눈이 크게 뜨이는 것을 느꼈다. 취해서도, 외로워서도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반듯하게 생긴 청년은 벤지가 꿈꿔왔던 바로 그 사랑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미는 그의 손을 잡았다. , 악수. 위 아래로 어색하게 흔들었다.


제이크. 전 이단 헌트입니다. 당신이 쓴 책을 읽어봤어요.”

? 제이크?”


벤지는 망설이다 대답했다.


저는 당신이 찾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단의 손을 놓지 않았다. 잠시 벤지의 말에 담긴 뜻을 생각하던 이단은 머쓱하게 웃으며 벤지의 손을 놓았다.


, 미안해요. 잘못 찾아왔군요.”


이단이 찾는 사람의 부류를 대충 눈치 챌 수 있었다. 물랑루즈에서는 달마다 큰 연극을 한다. 벤지는 물랑루즈에 머물며 연극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쓸데없이 진실을 말해 이단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 저도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다뇨?”

제이크가 하는 일이요.”

당신도 작가인가요?”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글은 한 번도 쓴 적이 없지만 오기로 저지르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경력도 없는 사람을 쓸 수 없어요.”

파리에서 유명하지 않을 뿐이지 경력은 충분해요! 할 수 있어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앞에 있는 멀쑥하게 생긴 영국인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의 눈은 이단이 여태껏 본 사람들의 눈보다 더 반짝였다. 마치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열정이 있었다. 이단은 그를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어설프게 시작한 행세가 잘 될 리가 없었다. 벤지는 글을 쓰는 법을 몰랐고 이단과 그의 단원들은 벤지에게 기대를 너무 많이 주었다. 벤지는 부담스럽게 대사를 내뱉었지만 반응은 처참했다. 사랑에 대해 쓰는 것이었다. 간단한 단어들을 이용해서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여전했다. 이단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벤지는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벤지, 조금 쉬었다 할래요?”

아무래도 그게 좋겠어요.”


잠시만 이쪽으로 와보겠어요? 이단은 벤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가 멈춘 곳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분장실이었다. 화장대 위에 두꺼운 먼지가 쌓인 것이 한눈에 보였다. 벤지는 이단이 자신이 필요 없다고 말할까봐 두려웠다.


다시 할게요. 잘할 수 있어요.”

아니, 그건 제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에요.”

이단.”

극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요.”


극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뻔한 사랑, 모두들 한번쯤 해 본적이 있는 사랑 이야기였다. 적당한 위기와 적당한 로맨스 장면이 있는 분명한 사랑 이야기. 하지만 동시에 아름답기도 했다. 하지만 이단의 연기는 평범한 극도 돋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벤지, 사랑을 해본 적이 있나요?”


지금요. 혀 뒤축으로 빠져나오려는 말을 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봐요.”

어떻게요?”

사랑하듯이.”

당신이 그 역할을 해준다면...”

날 그라고 생각하면서 해봐요.”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어두운 분장실은 불을 키지도 않았지만 밝게 빛나는 듯싶었다.


첫 눈에 반했어요. 사랑을 모르고 지낸 날이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이제는 막을 필요가 없었다.


당신과 단 하루만 같이 지낼 수 있다면, 난 모든 걸 버릴 거예요. 내 지위, 돈, 목숨도.”

, 벤지.”


당황한 이단의 표정에 벤지는 정신이 번뜩 들었다.


여기서 조금 더 살을 붙여볼게요.”

작가보다 배우를 해도 되겠어요.”


벤지는 머쓱하게 웃었다. 아직은 고백할 때가 아니었다. 극이 끝나면, 성공적으로 막을 내리면 고백할 것이었다. 나는 작가도 아니고, 단지 당신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당신을 속이고 극단에 들어간 것이라고. 용서를 구하며 고백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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