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 크루즈의 필모그래피 콜래트럴의 빈센트 / 사이먼 페그의 필모그래피 몹시티 핵키 내쉬


성공했다. 그 말을 제외하고 할 수 없는 말은 표현력의 부족으로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돈을 받았고, 필름을 넘겨주었다. 좆같은 미키. 좆같은 마피아들. 결국 승리 한 자는. 내쉬 해키였다. 바로 나라고 씨발. 좆같이 두툼한 봉투를 소중한 물건이라도 되는 듯, 아니 마치 핀이 뽑힌 수류탄이라도 되는 듯 소중히 들어 올렸다. 결국 그것은 터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터지지 않을 것이다. 폭탄을 제어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남들에게 위협을 가하고 나를 지킬 수 있는 핵폭탄이 되는 법이었다.


바닥에 늘어져있는 세 구의 시체를 밟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자동차에 올라탔다. 정황은 완벽했다. 고위 관직에 올라가 있는 두 명의 마피아와, 경찰계에 떠오르는 차기 유망주 하나의 총격전. 1925년의 런던에서는 흔하디 흔한 일이었다. 그 곳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코미디언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사라지기만 하면 되는 완벽한 일이었다.


핸들을 잡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긴장으로 인한 악력으로 인해 손 등에는 굵은 핏줄이 거세게 올라와있었다. 시동소리에도 겁을 집어먹으며 언덕을 내려와 공중전화를 찾았다.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다 두 번이나 그것을 놓쳐버렸다. 초조했다.


자스민?”


여전히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목소리 대신 신호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제발, 제발. 목이 말랐지만 바싹 마른 입에서는 침이 나오지 않았다. 제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애원했다. 여전히 전화는 받지 않았다. 튕겨져나오는 동전을 주워 넣고, 신경질적으로 공중 전화의 버튼을 쾅쾅 때려 눌렀다. 신호음이 끊겼다.


자스민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무엇을 그리 애타게 찾나.

 

다리에 힘이 풀리고 수화기를 떨어트렸다. 수화기 속에서 그 목소리가 뭐라뭐라 떠들었지만 듣지 않았다. 들을 수가 없었다. 억울함에 눈물이 나왔다. 아무도 듣지 못하게 이유를 되물었지만 대답 해줄 사람이 있을 턱이 없었다. 한참을 벽에 머리를 박으며 있었다. 그리고 그 때 현실로 닥친 공포감이 와닿았다. 난 죽을 수 없다. 죽을 수 없다. 당장 이 좆같은 나라를 떠나고...


그 이후의 핵키 내쉬는 무엇을 해야하지?

살고싶었다.

 

사업을 시작했다. 목숨 값 천 만달러는 시작에 불과했다. 목숨을 지키는 데에는 점점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주변에 대한 의심은 깊어져갔고 정신은 피폐해졌다. LA에 도착해 협박으로 얻은 돈으로 차린 것은 작은 연예관련 사업이었다. 시작은 미묘했다. 하지만 수를 읽는데 탁월한 능력 덕분인지 사업은 점점 세를 불려갔다. 그 것이 몸집을 키울수록 비례해 겁도 나날이 커져갔다. 새로운 이름, 새로운 옷차림, 새로운 성격. 살고 싶었다. 살고 싶은 욕망이 커질수록 해키 내쉬는 점점 죽어갔다.


새로운 경비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수 천 개의 cctv가 사장님께 위협을 가하는 모든 것들을 잡아내고, 무엇보다 현존하는 열쇠 중 이 잠금쇠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마 없을겁니다.


그래서, 이게 날 안전하게 지켜 줄 것이란 말이요?”

당연하죠, 사장님. 이 시스템은 ...”

당장 계약하죠.”

설치는 바로 지금 가능합니다.”

 

그 계약서에 찍은 도장은, 생각해보면 그 계약서도 가짜였겠지만. 손에 딱 들어맞는 권총을 쥔 남자가 총을 들고 집 안으로 처들어올 수 있게 하는 열쇠가 되어주었다.

 

제발, 제발...”

그렇다면 그 녀석들을 건들이지 말았어야지.”

죽이지, 죽이지 말아주세요. 살려달라구요. 살고싶어요.”

멍청한 짓이었어.”


머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하얀 머리는 총구를 겨눴다. 턱을 힘 껏 처들고 양 발으로 땅바닥을 밀어 이 상황을 피해보고 싶었지만 그 총구와, 빌어먹을 하얀 머리는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목소리는 마구 떨리고 이제는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놈은 석고상처럼 가만히 서 총만 겨눈체 우스운 꼴을 관찰하는 듯 싶었다.


그 새끼들이 돈을 얼마를 줬죠? 제가... 그 두 배를... 드릴게요.”

아쉽게도 이 세계에서는 신용이 중요하지.”

나는 아내도 잃고, 모든 걸 다 잃었어요.”


울먹이는 목소리가 듣기에도 우스웠다. 하지만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되는대로 말을 내뱉었다.


그냥 목숨만은 온전히 내가 가지고 싶다구요...”


한참이 지났지만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총구를 들이막은 두 손바닥도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려왔다.


“핵키 내쉬.”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사형 선고를 위해 부르는 이름이라도.


최근에 뉴욕에 갔던 적이 있었지. 난 도시가 싫지만, 복수를 위해 부르는 놈들의 위치는 대부분이 도시더군.”


그는 말을 이어가면서도 한 치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다이아에서 공연하는 당신을 봤어. 그 이후로도 그 곳을 찾아갔지만 보이지 않더군. 몇 주동안 머물며 당신을 찾았지만, 없었어. 어디 있었지?”

다이아? , ... 저는 정기적으로 공연을 하는 곳이 없어요. 그냥, 돈만 주면 돌아다니지... 저도 그 곳은 그, 두 번 밖에 안 가봤거든요.”

그 쓰레기같은 도시에 몇 번이나 들렀지만, 흔적도 없더군. 그 때 연락이 왔지. 당신의 사진을 주며 당신을 찾아 죽여 줄 수 있냐고. 꽤 위험한 조직을 건드렸더군.”


그는 드디어 총을 갈무리해 집어넣었다. 총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바닥에 바싹 붙였던 등을 떼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았다.


뉴욕에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찾기는 쉬웠지.”

, 저를 죽이지 않을 건가요?”

죽이지 않는다고? 아니.”

, ...”

살려두는 거라고 하지.”


원하던 대답을 들었지만 그 속에서 새어나오는 의문을 감출 수는 없었다. 목구멍을 혀뒤축으로 막아 튀어나오는 말을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

? 불만이 있는건가?”

아뇨! 불만이라니. 그런 건 전혀 없어요. 그냥... 단순히, 궁금해서...”

다이아에서 들은 당신의 농담이 재밌었다고만 해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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