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시는 항상 짧은 손톱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디가 굵은 투박한 손끝에 박힌 굳은살은 그가 머리가 자랐을 때부터 악기를 다뤄왔다는 것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고, 게리는 그 손을 주물럭거리며 가벼운 손장난을 치는 것을 좋아했다.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게리는 즐겨 피던 담배도 잊고 스테이시의 손가락을 잡아 당겼다가, 놓았다가. 그 비슷한 쓸데없는 장난을 쳤다.

 

스테이시는 말없이 열중하고 있는 게리의 정수리를 쳐다보았다. 그 날카로운 시선에 찔린 건 게리 혼자였다. 게리는 슬쩍 스테이시의 손가락을 놓고, 뒤통수를 긁적였다.

 

?”

 

퉁명스럽게 시선을 회피했다.

 

혹시 돌려 말하는 건가?”

무슨?”

섹스하자는.”

 

그 노골적인 말에 크게 웃었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배를 잡고 웃은 게리는 목을 가다듬고는 탁자 위에 있는 케이스를 집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을 붙이며 한 모금을 빨아 스테이시의 얼굴 위로 연기를 뿜어냈다. 매캐한 냄새 사이로 살짝 찌푸려지는 미간이 보기 좋았다.

 

그것도 좋지만...”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게리가 답지 않게 스테이시의 눈치를 봤다는 것이다. 스테이시는 이런 게리의 반응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계획적으로 사고를 치기 전, 또는 우발적으로 사고를 치고 난 후. 게리가 천천히 말을 끌자 답답해진 스테이시는 게리의 입에 물린 담배를 빼앗아 깡통에 던져 넣었다. 주변에 담뱃재 하나 떨어지지 않는 깔끔한 속구였다.

 

좀 더 빨리.”

그거 섹스 할 때 가장 많이 듣던 소린데.”

 

스테이시의 입꼬리가 비틀리는 걸 본 게리는 두 손을 휘저으며 민망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아니었다. 게리는 곧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허리를 숙여 바닥에 탈피 된 껍데기마냥 떨어져 있는 코트의 주머니를 뒤졌다. 별로 깊지도 않은 주머니 속이건만 게리는 괜히 뜸을 들이며 손을 휘저었다. 스테이시의 인내심이 바닥에 닿을 때 쯤, 게리의 손이 주머니 속에서 빠져나왔다.

 

게리의 손에 들린 것은 검은색 매니큐어였다.

 

어때?”

어둠처럼 새까맣군.”

 

뚜껑을 돌돌 돌렸다. 시큼한 화학약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 게리는 토를 하는 시늉을 하며 다시 뚜껑을 닫았다.

 

검은색 매니큐어처럼 새까맣지.”

뭘 하려고?”

 

게리는 스테이시의 손을 잡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렸다.

 

어울릴 것 같거든.”

 

 

스테이시와의 인터뷰는 말단 기자에게 있어서 로또와 비슷한 것이었다. 그를 만나는 것은 마른 하늘에 벼락을 맞는 것 보다 어려웠고, 차라리 대통령과 면담을 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이라는 농담도 돌아다녔다.

 

싸구려 연애 잡지에서 일하는 말단 기자인 스티브는 극도의 긴장 탓에 겨드랑이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스티브와 스테이시. 정말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스테이시는 수십 명의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무슨 변덕인지 몰라도 스티브를 콕 집어 대기실로 데려왔고, 보시다시피 불쌍한 스티브는 앉지도 서지도 못한 자세로 스테이시와의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항상 하고 오시는 검정색 매니큐어에는 혹시 무슨 뜻이라도 담겨있는 건가요?”

 

그가 싸구려 연애 잡지에서 일하는 말단 기자인 이유는 분명했다. 연애 잡지를 단 한 번도 안 본 노인이라도 이 질문을 듣는다면 스티브가 진급을 못하는 이유를 수백 가지는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실에서 단장을 하던 스트리퍼들은 손을 덜덜 떨고 있는 스티브를 안쓰럽게 쳐다보았고, 그가 스테이시에게 어떤 취급을 받으며 쫓겨날지에 대한 저급한 내용들을 나열했다.

 

이름이 뭐라고?”

 

스티브는 쇳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민망했던 탓인지 마른기침을 하며 스테이시와 눈을 마주쳤다. 스테이시는 웃고 있었다. 스티브는 잠시 이미 자신의 심장은 쿵쾅거리다 못해 터져버렸고, 이것은 사후세계가 아닐까 라는 착각을 했다. 한 주먹 크기인 인터뷰 수첩을 바닥에 던지고 눈을 비볐다. 방금까지도 스티브의 수첩이 갈기갈기 찢길 것이다, 스테이시가 스티브의 엉덩이를 걷어 찰 것이다. 떠들던 스트리퍼들은 스테이시의 호탕한 웃음에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숨을 죽였다.

 

아주 좋은 질문이야. 마이크.”

 

스티브의 이름은 마이크가 아니었지만.

 

스티브는 이 대기실에서 살아 나갈 수 있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CORSSOV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잭잭] 수면  (0) 2016.06.30
[윌리엄레스타]  (0) 2016.04.03
[숀브라이언] 브라이언이 숀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  (0) 2016.03.15
[숀브라이인]  (0) 2016.02.25
[빈센트내쉬] 별볼일없는 농담  (0) 2016.02.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