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정도로 올곧은 인간이었다. 대령은, 마지막까지도 등을 꼿꼿이 편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얼굴 곳곳에 새겨져있는 세월의 흔적은 그가 얼마나 고집스러운지, 또 얼마나 강직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찰리는, 담배를 바닥에다 떨구고 발꿈치로 불씨를 비벼 껐다. 발바닥 사이로 연기가 비명을 지르며 새어나온다. 한참이나 그것을 비벼 없앨 수 있다는 것처럼 행위에 열중했다. 연기는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손끝에 연기가 맴돌았다. 찰리는 통나무처럼 뻣뻣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대령의 코끝에 손을 대어보았다.

대령을 들어 올려 낡은 침대 위에 놓았다. 감긴 한 쪽 눈 언저리를 집어 올려 의안을 빼내어 탁상 위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손 모양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찰리는 여태 봐왔던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천천히 떠올렸다. 두개골에 총알 한 방, 왼 쪽 심장에 두 방. 꺾어진 관절, 그리고 비명을 지르다 멈춘 입 구멍들. 찰리는 다시 대령을 내려다보았다.

, 결국 평범한 것이었다. 원래 있었던 일처럼.

보통이라면, 한 시간 이내면 끝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초과했다. 답지 않은 감상에 젖은 탓이었다. 삽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끝까지 날 고생 시키는군.”

 

대령은 말이 없었다. 찰리는 그 얼굴을 힐끔거리며 조심스럽게 경동맥 부근을 다시 한 번 꾹 눌러 보았다. 똑같은 결과였다. 누군가 그 모습을 본다면, 자신의 모습이 꽤 웃기게 비췄을 거라 생각했다. 이미 구덩이는 다 파놓았다. 하지만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찰리는 제 성격처럼 뻣뻣하게 굳은 대령을 들어 같이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흙이 가득한 바닥에 대령의 몸을 두었다. 찰리는 쉽게 구덩이를 빠져 나왔다. 불편하게 딱 맞는 옷에 흙이 잔뜩 묻어있었지만 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찰리는 삽에 기대었다. 해가 질 때까지.

아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서류 보고 연락 드려요. 지금 당장 베이비시터가 필요해요. 혼내야 될 애들이 몇 명 있거든요.

 

발랄한 목소리의 여자는 장소를 말해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순간 벨 소리가 울리고, 한 손에 총을 쥔 채로 조심스럽게 문을 여니 그 앞에 놓인 종이쪽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자르기 쉽도록 만들어진 봉투를 찢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웃기게 생긴 수염에, 꽤 신경질을 많이 부리고 다니는 모양인지 미간에 깊게 패인 주름까지.

 

혼내야 할 어린이라.”

 

빈센트는 봉투를 품 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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