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손을 꼽아 가늠하기도 어려운 아주 옛날에. 크고 나쁜 늑대 한 마리가 살았다. 늑대는 자신이 가진 날카로운 송곳니와 거대한 몸집으로 동화 속 사람들과 동물들을 괴롭히며 자신의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채우고는 했다. 모든 동화 주민들은 늑대를 싫어했다. 늑대는 그들이 보내는 미움과 분노를 즐겼다. 늑대는 항상 혼자였고, 그럴수록 더 더욱 이빨을 드러내며 사람과 동물 그리고 괴물들을 위협하곤 했다. 늑대는 아주 거대했으며 또, 그 몸집만큼이나 외로웠다.

 

 

왜 아직도 그 일이 해결 안 됐는지 모르겠군!”

 

사무실 안을 울리는 커다란 소리에 슈타우펜은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일은 실정 상 불가능 하다고 몇 번이나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푸른수염. 그는 항상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고 애를 쓰는 인물이었다. 슈타우펜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푸른수염은 이미 그의 말을 듣는 척 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그 얼굴은 자신의 패악으로 인하여 빨갛게 일그러져 있었다. 푸른 수염은 위협적으로 슈타우펜에게 다가갔다. 슈타우펜의 앞에 놓여있던 서류뭉치 위에 그의 커다란 손을 올려놓았다. 슈타우펜은 그의 손바닥 아래에 놓여있는 서류와 그의 흉악한 표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만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이 봐, 클라우스. 자네는 참 입으로만 하는 건 잘 한단 말이야?”

 

슈타우펜은 그 말에 얼굴을 굳혔다. 푸른수염은 그 찰나의 표정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자네가 언제까지 그 자리에 앉아있을 것 같나?”

더 이상의 발언은 모욕적인 것으로 알아 듣겠습니다.”

이 마을에 돈을 대 주는 것은 나야. 자네는 내가 시키는 것만 잘 하면 돼.”

 

허리를 숙여 앉아있는 슈타우펜과 눈높이를 맞췄다. 푸른수염의 입 꼬리는 비열하게 일그러져있었다.

 

세 손가락, 눈 한 짝인 병신이 짐승이나 다를 것 없는 보안관 뒤에서 기세등등 하는 것도 이제...”

 

푸른수염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깨를 세게 잡아 누르는 악력에 몸을 비틀며 슈타우펜의 앞에서 떨어졌다. 그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세어 나왔다. 이미 그의 어깨는 날카로운 손톱에 긁혀 피가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입을 가만히 두는 법은 아직도 못 배웠나봐.”

찰리.”

 

찰리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푸른수염의 어깨에서 자신의 손을 떼어냈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불안한 듯이 쳐다보는 슈타우펜의 눈길에 찰리는 괜히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 발언, 지금 굉장히 안 좋게 들리는군.”

보안관 나부랭이는 빠지는 것이 좋아.”

아니. 못 빠지겠는데.”

 

구겨진 셔츠를 소리 날 정도로 털어내었다. 둘 사이에서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보다 못한 슈타우펜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 송곳니를 드러낼 것 같은 찰리의 옆에 섰다.

 

그만 하시죠.”

 

푸른수염은 물러날 때를 아주 잘 알았다. 그 때를 알았던 것이 그가 지금까지 살아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였다. 그럼, 다음에는 좋은 대답을 바라고 오도록 하지. 슈타우펜은 푸른수염의 시선을 피했다. 푸른수염은 일부러 대답을 기다리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이 봐, 또 그런 식의 말을 한다면 주둥이를 두 갈래로 찢어발겨주겠어.”

 

그의 값비싼 구두는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사무실 밖으로 사라졌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머리를 긁적인 찰리는 헛기침을 하다가 담배를 하나 빼어 물었다. 앞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찾던 찰리는 자신에게 라이터가 없음을 알고 작게 욕을 뱉었다. 그 모습을 본 슈타우펜은 책상 구석에 놓여있는 라이터를 집어 찰리에게 건네주었다.

 

고맙네.”

 

찰리는 말없이 라이터를 켰다.

 

 

늑대는 돼지 삼형제의 집을 무너트렸고, 빨간 망토의 할머니를 잔인하게 잡아먹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들 늑대를 싫어했다. 늑대는 그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보다 더 포악하게 굴었다. 모두가 늑대를 혐오하고 늑대에게 총과 무기를 겨눴다.

슈타우펜은 동화 속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늑대는 숲 속에 떨어져 정신을 잃은 슈타우펜을 처음 발견 한 짐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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