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블랙홀 AU

디팁님 리퀘



벤지는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벤지. 놀라지 말고 들어줘. , 하루가 계속 반복 되고 있어.”

사실, 벤지는 알고 있었다. 이단 헌트는 벤지 던을 우습게 본다. 정확한 사실이 아닐지는 몰라도 사실에 근접했다. 벤지는 마지막으로 그를 좋아하고 믿었던 자신을 마음 속 쓰레기통에 눌러 담은 뒤 코웃음을 쳤다.

좋아요. 이단, 어디까지 하나 두고 볼게요.”

벤지의 표정을 본 이단은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쉬었다. 물론 벤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단은 자세를 고쳐 잡은 후, 벤지의 어깨위에 손을 얹었다. 꽤 완곡한 몸짓이었다. 이단의 표정은 잔뜩 일그러져있었다. 벤지는 침을 꿀꺽 삼켰다. 넘어갈 뻔 했다. 속을 알 수 없는 이단 헌트의 표정에.

며칠 째 하루가 반복되고 있어.”

이단, 조금 지친 모양인데...”

이단은 두 손 위에 얼굴을 묻었다. 표정을 알 수 없었다. 벤지는 이단이 저에게 했던 것처럼 그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으려 시도했지만 그만 두었다. 자신은 좀 더 단호해질 필요가 있었다. 이단의 얼굴을 감싼 손바닥 사이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

뭐라구요?”

아무것도 아니야.”

이단?”

이단은 얼굴을 들지 않았다.

벤지는 이단의 손바닥을 하염없이 쳐다보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벤지는 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뭐, 뭐하는 거예요?”

그러게, 벤지.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이단 헌트?”

무례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벤지는 이단의 손을 들어 그의 볼을 꼬집어보았다. 이단은 순순히 벤지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 미안해요. 마스크인줄 알았어요.” 이단은 힘없이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벤지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몇 달간 쌓아온 현장요원 경력을 모두 쏟아 부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단은 IMF, 그리고 그가 몇 주간 쫓아온 타깃을 눈앞에 두고 짐을 싸는 도중이었다. 어디로 갈 지는 누구도 몰랐다. 벤지는 느긋하게 캐리어에 옷가지를 넣는 이단을 보며 그 주위를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벤지. 정신 사나워.”

벤지는 그 말에 걸음을 뚝 멈췄다.

타깃을 포기 하는 거예요?”

아니. 내일 다시 잡을 거야.”

눈치 챌게 분명해요. 도망 갈 거라구요.”

오늘은 좀 쉬고 싶어.”

벤지는 그 말에 결국 작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진짜 이단 맞아요?” 이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캐리어를 닫았다.

이단. 난 안 가요.”

벤지는 단호하게 이단을 쳐다보았다. 이단은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벤지를 올려다보았다.

나 혼자 할게요.”

 

 

벤지는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타깃은 저 쪽에서 나올 거야.”

상황을 살핀 뒤 고개를 끄덕였다.

흥분하지 말고,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고. 우리가 원하는 건 정보니까, 타깃을 꼭 죽일 필요는 없어. 절대로 머리는 쏘지 마. 알겠지?”

이단은 손을 떨고 있는 벤지의 손을 맞잡아 준 뒤 미소를 지어 보였다. 평소와 다른 이단의 모습에 벤지는 멍하니 그의 얼굴을 보다가, 급하게 총을 다시 고쳐 잡았다.

이단, 오늘 무슨 일이-”

.”

걸음 소리가 들리고, 서류가방을 품에 안은 불안한 모습의 남성이 기둥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는 쏘지 마.’ 벤지는 이단의 말을 머릿속에서 다시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총을 그의 다리에 겨눴다. 이단이 고갯짓으로 신호를 주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깃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엎어졌다. 벤지는 총을 허벅지에 꽂아 넣은 체 쓰러진 타깃에게 달려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이단은 벤지를 제지했다.

총이 있으니까 조심해. 대충 오른쪽으로 피하면 될 거야. 우리는 증거품을 가지고 A-3 으로 갈 거야. 증거를 노리는 놈들이 대기하고 있겠지만 피해서 가는 길을 알아.”

벤지는 멍청한 표정으로 이단을 보았다. 이단은 그 표정을 이해한다는 의미로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곧이어 벤지의 어깨를 툭툭 치며 고갯짓했다. 벤지는 불안한 표정으로 타깃과 이단을 번갈아 본 뒤 이단의 지시를 따랐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이단은 이 일을 겪은 사람마냥 정확히 그들의 방해요소를 제거해갔다. 민간인이 눈치 채지 못하게,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증거를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벤지는 이 성공이 믿기지가 않았다. 이단은 확실히 완벽한 요원이었지만,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상대방이 할 행동을 미리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그것을 벤지에게 알려주었다.



이야기는 각자 방에서 자는 것으로 마무리 되지 않았다. 이단은 차가운 맥주 캔을 양손 가득 안은 체 벤지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벤지는 제 눈을 의심하며 도로 문을 닫으려 했지만 이단에 의해 가로막혔다.

벤지.”

, 그냥 오늘 좀 이상하네. 아니, 못 들은 걸로 해줘요. 얼른 들어와요.”

벤지는 뒷걸음질을 치며 이단이 건네는 맥주를 받았다.

무슨 일 있어요?”

성공적인 임무완수를 위하여.”

, 성공적이긴 했죠.”

캔을 따자 탄산 소리가 들렸다. 이단은 벤지의 침대에 대충 걸터앉았다. 벤지는 자신의 방인데도 불구하고 어색한 몸짓으로 이단을 따라 들어갔다. 이단은 남은 한 손으로 침대를 두드리며 옆에 앉으라는 눈짓을 했다.

이단, 진짜 무슨 일 있었어요? 평소랑 달라서 그래요.”

내가 평소에 어땠길래?”

, .”

벤지는 손에 들린 캔과 이단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단번에 그것을 들이켰다. 목구멍부터 올라오는 기포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오늘은 진짜 현장요원이 된 기분이었어요.”

벤지는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캔 하나를 들어 마저 땄다.

이단 헌트와 같은 팀을 한다는 거 자체가 경력 없는 요원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인 건 알고 있지만...”

한 모금 더 마셨다.

가끔은, 이단이 모든 걸 해결했잖아요. 아니, 가끔이 아니라 자주. 항상? 이단 헌트는 벤지 던을 현장요원이 아닌 사무직원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벤지.”

벤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미안해.”

진심이 담긴 사과였다.

벤지, 네 말이 맞아.  무의식적으로 너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

이단은 민망한지 목덜미를 긁었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널 계속 볼 수 있었지. 넌 기억 못하겠지만. 넌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할 때도 그걸 고치려고 노력했어. 벤지, 넌 충분히 해결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어. 그걸 안 본 건 나야. 네가 아니라.”

벤지는 눈앞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이단의 말 대부분은 이해 할 수 없었지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말은 정확히 알아 들을 수 있었다. 이단 헌트에게 인정 받는 벤지 던. 그가 여태까지 꿈꿔왔던 이야기였으며, 전부였다. 벤지의 눈가가 조금 촉촉해진 것도 같았다. 이단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맥주 캔을 침대 옆 탁상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벤지. 그냥 이 말이 하고 싶었어.”

이단은 천천히 침대에서 일어났다. 살짝 구겨진 이불보가 그가 앉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벤지의 귓가에서 울렸다. 그 누구의 결심도 아니었다.

안 가면 안 돼요?”

벤지는 여전히 현장요원이었다. 이단이 그것을 깨닫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날 처음으로, 이단은 벤지의 방에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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