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간단했다.

 

이단을 부르면 되잖아요?”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풀리는 일이 아니었다.

 

연락을 하는 게 곤란하게 됐어.”

어디에 있는데요?”

정신병원.”

 

젠장, 벤지는 얼마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책상에 얼굴을 박았다. 정신병원이라니, 그가 거기에 왜 있는 건데요? 책상에 막혀 웅얼거리듯이 들리는 벤지의 말에 루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센프란시스코에서 나타난 유령을 잡다가 작은 오해로-”

거기까지는 안 궁금해요. 아니, 나는 이단이 은퇴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줄 알았죠!”

 

나를 버리고 말이에요. 벤지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뒷말을 겨우 집어 삼켰다.

 

스테이 퍼프트 마시멜로우 맨의 잔재가 뉴욕 근교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모습에 깔끔하게 죽었을 거라고는 생각 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빨리 다시 모습을 드러낼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 일 이후로 고스트 버스터즈는 해체되었고, 이단은 팀이 해체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모습을 감췄다. 팀에 정신적 지주와 같았던 이단이 사라지자마자 팀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단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팀에 합류한 벤지, 이단의 친한 친구인 루터, 돈 때문에 일을 시작한 브랜트는 이단이 사라지자마자 각자의 핑계를 대며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갔다.

루터가 한 뼘 크기의 사악한 악마 (귀여운 세라복의 마시멜로우 맨의 모습을 한를 본 것은 불과 며칠 전의 일이었다.

 

루터는 한숨만 푹푹 쉬어 대는 벤지의 어깨를 툭툭 쳐댔다. 벤지는 불퉁한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이단이 거기에 있다는 건 언제 알았어요?”

사라졌을 때부터.”

또 나만 모르고 있었구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나한테는 중요해요.”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물론 벤지에게 남은 선택지가 있을 리가 없었다.

 

 

이단, 정신이 들어요?”

 

한 치의 움직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바싹 묶어놓은 구속구가 이단의 손목과 발목에 흔적을 남겼다. 벤지는 만지는 것만으로도 그 흉터를 없앨 수 있다고 믿는 것 마냥 이단의 손목을 쓸어댔다. 바닥에 머리를 대고 누워 약물에 취해 헤롱거리는 이단의 모습을 보는 건 그에게 있어 생각보다 더 괴로운 일이었다. 머리가 아픈 모양인지 이단이 작게 신음했다. 벤지는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울먹였다.

 

벤지?”

 

잔뜩 갈라진 목소리에 벤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힘없이 얼굴을 감싸 쥐는 손이 거칠었다.

 

으응, 잘 지내는 거 보니까 다행이야.”

잘 지낸다구요?”

 

소리를 빽 지르자 이단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마 머리가 아픈 탓이겠지. 벤지는 놀라 입을 다물었다. 벤지, 조금 작게 말해줄래? 벤지는 괜한 심술에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더 나아가 특유의 빠른 말투로 이단을 쏘아댔다.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가 간 곳이 겨우 거기예요? 주변 사람들 걱정하게 만들어놓고 지금 그런 말이 아주 잘 나오는 거 보니까 이단은 아주 멀쩡한 것 같네요. 잘 지냈는지 안 물어봐도...”

 

사실, 이단은 모르는 것이 없었다. 프리스비 안에서 나타난 고대의 악마를 죽이는 법도, 박물관에 전시 된 사탄의 저주가 담긴 물건을 안전하게 파괴하는 것도. 그리고 이단은 무엇보다 벤지의 입을 다물게 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벤지의 뒷덜미를 감싸 쥔 손을 내리 눌렀다. 엉겁결에 이단을 덮치는 모양세가 되어버린 벤지는 당황하며 몸을 뒤로 뺐다

물론 그것은 시도로만 남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의 입맞춤은 벤지의 입을 봉인하는 것에 아주 적합한 행위였다.

 

,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는 건, 아니에요...”

 

이단은 벤지의 이마에 한 번 더 입 맞춘 뒤 나른한 표정으로 숨을 고르게 내쉬었다.

 

'BENJIETH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벤지이단] 스유AU 2  (0) 2016.06.30
[벤지이단] 스유AU  (0) 2016.06.21
[벤지이단] 디멘시아  (0) 2016.05.22
[벤지이단] 벤지 던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0) 2016.05.05
[벤지이단] 은퇴  (0) 2016.04.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