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나 거울을 들어다 보며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보던 이단은, 결국 생각으로만 하고 있던 그 말을 뱉어버렸다.

“벤지, 나 요즘 살 찐거. 맞지?”

벤지가 당황하다가 그만, 마시던 홍차를 원래의 위치에 주르륵 뱉어버린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아뜨. 혀를 내미는 동시에 벤지가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음,”

불만스러운 투였다. 이단은 다시 한 번 반복하여 거울에 턱선을 비추어 보았다. 확실히 날렵하다. 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묘사하기에는 조금은 토실토실해진 상태였다. 벤지는 그 뒤에서 찻잔만 잡은 체 눈알을 도록도록 굴렸다. 이단은 거울을 보며 흐음. 이라던가, 으으. 그런 류의 소리를 계속 내었고 결국 벤지는 손에 들린 찻잔을 내려놓고 이단의 뒤로 가 그를 껴안았다. 거울의 한 쪽 면에 비치는 이단의 어깨 뒤로 벤지의 얼굴이 슬쩍 올라왔다. 이단은 벤지의 차분한 숨이 자신의 목덜미에 닿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일을 그만 두니까, 이게 금방 찌네.”
“하나도 안 쪘, 음. 사실. 3년 전에 현장에서 구를 때 보다는 살이 붙었죠. 우리 둘 다.”

이단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웅얼거렸다. 가벼운 진동에 몸이 움츠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쪽, 쪽. 통통하게 오른 살에 살짝 묻혀버린 쇄골에서부터 톡 튀어나온 목젖까지. 벤지는 가볍게 입술을 가져다 대었다. 굳은살이 두툼하게 박힌 이단의 손가락이 벤지의 정수리를 감싸 안아왔다.

“갑자기 왜 신경 쓰는거예요?”
“으음. 아무래도 좀.”
“아무래도?”

으응? 벤지는 어느새 이단의 턱에 입술을 부비고 있었다. 이단은 벤지의 부드러운 머리털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주름도 생긴 거 같고.”
“잠깐, 벤지는 지금 이단 헌트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요.”
“말 그대로야. 벤지, 나.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어.”
“뭐? 절대 안 돼요.”
“아니, IMF 말고.”
“그럼?”

이단은 열린 창문을 곁눈질로 슬쩍 보았다. 이단과 벤지가 일을 그만 두고 정착 한 곳은 시애틀의 항구도시인 올림피아였다. 짭쪼름한 바닷바람이 방 안을 훑었다. 벤지는 이단의 시선이 머문 곳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아, 제발. 이단.

“절대 안 돼요.”
“벤지, 방금 똑같은 말 했었거든?”
“안 돼. 차라리 IMF에서 다시 일한다고 하지 그래요?”
“그래? 그럼 현장요원 다시 할래.”
“그, 그것도 절대 안 돼요.”

벤지는 나름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단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럼 키스할래?”
“절대 안, 으, 빌어먹을.”
“뭐?”

장난스레 웃는 이단의 얼굴에 벤지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단 헌트의 방식이었다. 사람을 방심하게 만들어 놓고 혼까지 쏙 빼놓는 그런 것. 이단은 벤지의 양 볼을 붙잡고 가볍게 뽀뽀했다.

“그냥, 얌전히 배에서 물고기만 잡고 돌아오겠다는 거야. 낚시 좋아하지? 위험 한 것도 아니고. 내가 또, 스릴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잖아.”
“이단이 가는 곳에는 꼭 사건이 터지잖아요...”
“사건이라고 해봐야 노인과 바다 찍는 것 밖에 더하겠어?”

항상 그랬듯이 벤지는 이단을 이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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