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지는 항상 모든 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편이 아니었다. 미션 또는 연애. 아니면 둘 다. 하이스쿨 시절 벤지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미식축구부원과 사귈 때도 벤지는 그에게 이끌려가는 쪽이었다. 주말에 영화관 갈까? 좋아. 에일리언 어때? 벤지는 외계인이라면 끔찍이 진저리를 쳤지만. 그래, 네가 좋다면 그 영화를 보는 것도 좋겠지. 며칠 뒤 헤어졌다. 공터를 휘어잡는 쿼터백은 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로맨티스트였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었다.


나이를 먹고. 아이엠에프에 취직을 하고. 벤지는 여전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즐기며 최대한 게으름을 즐기고 있었다. 데스크에 앉아 현장요원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퇴근한 뒤에는 쇼파에 누워 감자 칩을 씹으며 하루를 보내는 식이었다. 무언가를 책임져야한다는 것은 벤지에게 있어서 아주 큰 부담이었고 피할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벤지는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는 자신의 삶에 만족했다.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겠지만, 젊은 현장요원인 이단 헌트를 보기 전까지는. 벤지는 자신의 삶에 만족했었다. 이단에게 첫 눈에 반한 이후로 만족이라는 단어는 과거가 된 것이다.


줄리아와 결혼 한 이단을 행복하게 해주자 싶었고, 이단이 줄리아와 이혼을 한 이후에는 자신이 이단과 행복을 만들어가 보자고 결심했다.

어설프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이단은 벤지에게 웃어주었다.

 

이게 시작이라면 아주 멋진 일이라 생각했다.

 

힘든 일은 관계를 더 굳건하게 만들어주었다. 위험한 미션에서 벤지는 이단을 여러 번 구해주었고 그것은 이단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는 이단을 벤지는 끌어안았다. 정말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믿었던 미션에서 이단이 살아 돌아왔을 때. 벤지는 참지 못하고 이단에게 키스했다. 이단도 벤지에게 키스했다. 시간이 멈추는 걸 느꼈다. 잔뜩 엉망인 모습이었지만 가장 사랑스러운 얼굴이었다.

 

자신보다 더 운이 좋은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같이 살자.”

 

그답게 투박한 고백이었다. 세상에. 벤지는 단어를 해석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며 눈을 멍청하게 떴다 감기를 반복했다. 이런 기분을 전에 느껴본 적이 있었다. 두바이 빌딩에서 모로에게 제압당할 때, 벤지는 모로의 강한 발차기에 머리를 얻어맞고 바닥으로 쓰러졌었다


그래. 그 기분이다. 이제 더 이상 놀랄 일도 없었다.


싱글 킹 사이즈의 좁은 침대는 건장한 성인 남자 두 명이 눕기에 좁았다. 별다른 무늬가 새겨지지 않은 이불을 턱 끝까지 덮고 옆에 누워있는 이단의 향을 맡았다. 이단의 바디 샴푸 향은 코코넛 향이었다. 벤지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이단은 피곤했던 모양인지 몇 번 눈을 뜨려는 시도를 하다 바로 잠들었다. 이단의 속눈썹 하나하나를 세어볼 것처럼 얼굴을 보던 벤지는 눈을 감았다.

 

이단은 침대에 걸터앉아서 노트북을 하고 있었다. 동그란 뒤통수를 한참 바라보다가 일어났다. 이렇게 평화롭다니. 벤지는 부운 눈을 몇 번 비비다가 이단의 어깨에 턱을 걸쳐 그가 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뭐해요? 묻지 않았지만 이단은 벤지가 궁금해 하는 것을 알았다.

 

무난한 디자인이 좋겠지?”

 

모니터 안에는 킹사이즈 침대 카탈로그가 나열되어 있었다. 결국 벤지는 참지못하고 이단을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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