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타우펜은 자신의 존재가 독일에, 더 나아가 세상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을 단 한 순간도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실제로 그는 전통 있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위관이란 지위로 참전 한 자랑스러운 독일인 이었고, 최전방에서 수많은 청년들과 함께 싸우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강철만큼이나 단단한 신념으로 독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슈타우펜은 자신의 손을 자른 병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안개가 끼어 있는 것 마냥 탁하게 슈타우펜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전투 중 대량 생화학 무기에 중독되어 슈타우펜의 간이 병동으로 이송 된 젊은 청년이었다. 독한 가스는 뇌신경까지 침투하여 군인들의 혼란을 가중시켰고, 무언가를 건드린 것처럼 마치 살육만을 반복하는 괴물처럼 제 옆에 있는 적과 아군을 구분 못하고 모두를 죽였다. 슈타우펜은 원인을 밝히기 위해 가스에 중독되어 살아남은 몇몇 군인들을 병동으로 이송시키기를 원했다. 상부도 멀쩡한 전투 인원이 죽는 것은 바라지 않았기에 슈타우펜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자신이 빠른 시일 내로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단순한 억제구로 군인들을 묶어둔 체 쉽게 실험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 그것은 슈타우펜의 오만이었다.

 

그의 발밑에 손가락 세 개가 떨어져 꿈틀거렸다. 

자신의 절단부를 보는 건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슈타우펜은 덜덜 떨리는 손을 뒤로 감추며 침착하게 말을 내뱉었다.

 

중위, 당장 나가서 지원을 요청해주게나.”

하지만 대위님이...”

지원이 필요하네.”

 

다른 한 명을 묶어둔 억제대가 비명을 지르며 뜯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당장!”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슈타우펜은 아직 멀쩡한 두 다리로 뒷걸음질을 쳤다. 허리춤에 피스톨이 있었지만 큰 소리를 듣고 아직 기절해있는 군인들이 흥분하여 달려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슈타우펜은 지원이 빨리 오기를 바라며 다섯 명 정도의 정신을 잃은 젊은 군인들과 대치했다.

 

 

확실히, 두 손을 잃은 자네가 군의관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지 않은가?

자네가 여태까지 군에 해 준 일은 모두가 알 것이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자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지.

명예 제대를 하는 것이 자네나 우리나, 모두에게 좋을 것 같군.

 


찰리는 셔츠에 튀긴 핏방울을 신경질적으로 닦아내며 폐건물 밖을 나섰다. 온 몸이 축축한 것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 , 젠장! 한 시간 전만해도 쨍쨍하던 밖은 변덕이라도 부리는 모양인지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차는 이십 분 떨어진 거리에 대 놓은 것이 떠올랐다. 오늘 안에 해야 할 의뢰는 없었으며 늦장을 부려도 문제 없었다. 거기가지 생각을 정리한 찰리는 다시 한 번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안주머니에서 담배를 하나 꺼냈다. 공기가 습한데다 바람까지 부는 탓에 라이터는 제대로 된 동작을 하지 않았다.


담뱃불을 붙였을 때, 찰리는 발끝에 돌부리가 체이는 소리를 들었다. 담배 연기를 내뿜은 찰리는 허리를 숙여 바닥에 고인 빗물에 담배를 비벼 껐다.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허벅지에 꽂아 놓은 리볼버를 잡아 쥐었다. 목격자는 귀찮은 일들을 일으키곤 했다. 일부러 목격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목표를 폐건물로 유인 한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실수가 일어난 것이 분명했다. 제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투덜거리며 찰리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시체를 처리하는 것은 귀찮은데다가 꽤 돈이 드는 일이었다. 도둑고양이거나 건물에서 떨어진 벽돌 따위의 것이기를 바랐는데, 찰리의 시야에 비에 홀딱 젖은 남자가 들어왔다. 찰리는 총을 들어 그에게 겨누었다. 두 번째 손가락을 방아쇠 위에 얹고,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정수리 한 가운데를 가늠했다. 찰리는 짧은 시간의 관찰 결과, 그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총을 다시 허벅지에 꽂았다. 단순한 변덕이었다.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나쁠 것은 없어보였다. 그는 양 손을 피딱지가 굳은 붕대로 둘둘 감은 부상자였다.

 

이봐.”

 

그는 대답이 없었다.

 

귀까지 안 들리는 건가?”

듣고있네.”

왜 비를 맞고 있는 거지?”

비를 피할 이유가 따로 있는 건가?”

 

확실히 정상은 아니어보였다. 찰리는 그 목소리가 익숙하다 느꼈다.

 

언제부터 이 곳에 있었지?”

자네가 이 곳에 들어올 때부터.”

 

그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총성이 들리더군.”

 

비가 그쳤다. 찰리는 얼굴을 굳히고 그에게 다가갔다.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었다. 대화는 끝이 났다. 두 번째 손가락은 이미 방아쇠 위에 올려 있었다.

 

시체를 처리하는 건 힘들지만 나중에 일이 커지는 것 보다는 훨씬 쉽지.”

 

찰리는 푹 젖은 그의 턱을 쥐어 자신과 눈을 마주칠 수 있도록 잡아 들었다. 두 손만 없는 병신인줄 알았는데, 제대로 보니 한 쪽 눈도 하얀 공막이 드러나 있었다. 찰리는 그의 턱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신의 기억 속을 뒤집어 놓았다. 천천히 깜빡이는 눈이 익숙했다. 찰리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몇 분 늦췄다. 익숙한 억양에, 익숙한 얼굴.

 

슈타우펜 대위?”

“...누군가?”

 

찰리는 슈타우펜의 얼굴에서 손을 떼고 흥미로운 얼굴로 그를 관찰했다.

 

군의관이 왜 이 지경까지 된 거지?”

누구냐고 물었네.”

넌 날 모를걸. 손바닥 구멍 난 걸 꿰매준 직후에 바로 탈영했거든.”

 

찰리는 군 이야기가 나오자 몸을 흠칫 떠는 슈타우펜을 잡아내었다. 찰리는 삐딱하게 서있던 자세를 고쳐 잡고 다시 물었다.

 

왜 그런 꼴이 된 거지?”

작은 사고가 있었네.”

하긴 그런 꼴로는 의사하기는 어렵지?”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슈타우펜의 표정은 무거웠지만 찰리는 상관없다는 듯이 낄낄 웃으며 총을 집어넣었다.

 

안 봐도 뻔하잖아. 그렇게 충성을 다하더니 군에서 버림받은 개가 되어버렸네.”

 

찰리의 말투는 유난히 신나있었고, 슈타우펜은 그 방정맞은 말에 대답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갈 곳은 있나?”

 

대답대신 고개를 저었다. 머리카락이 머금고 있던 물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추천 해 줄 만한 직업이 하나 있긴 한데...”

 

찰리는 며칠 전 뒷골목에서 칼에 난도질 당한 시체로 발견 된 장의사 하나를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슈타우펜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찰리를 쳐다보았다.

 

할 거 없으면 따라오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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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손을 꼽아 가늠하기도 어려운 아주 옛날에. 크고 나쁜 늑대 한 마리가 살았다. 늑대는 자신이 가진 날카로운 송곳니와 거대한 몸집으로 동화 속 사람들과 동물들을 괴롭히며 자신의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채우고는 했다. 모든 동화 주민들은 늑대를 싫어했다. 늑대는 그들이 보내는 미움과 분노를 즐겼다. 늑대는 항상 혼자였고, 그럴수록 더 더욱 이빨을 드러내며 사람과 동물 그리고 괴물들을 위협하곤 했다. 늑대는 아주 거대했으며 또, 그 몸집만큼이나 외로웠다.

 

 

왜 아직도 그 일이 해결 안 됐는지 모르겠군!”

 

사무실 안을 울리는 커다란 소리에 슈타우펜은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 일은 실정 상 불가능 하다고 몇 번이나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푸른수염. 그는 항상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며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고 애를 쓰는 인물이었다. 슈타우펜은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지만 푸른수염은 이미 그의 말을 듣는 척 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그 얼굴은 자신의 패악으로 인하여 빨갛게 일그러져 있었다. 푸른 수염은 위협적으로 슈타우펜에게 다가갔다. 슈타우펜의 앞에 놓여있던 서류뭉치 위에 그의 커다란 손을 올려놓았다. 슈타우펜은 그의 손바닥 아래에 놓여있는 서류와 그의 흉악한 표정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만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이 봐, 클라우스. 자네는 참 입으로만 하는 건 잘 한단 말이야?”

 

슈타우펜은 그 말에 얼굴을 굳혔다. 푸른수염은 그 찰나의 표정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자네가 언제까지 그 자리에 앉아있을 것 같나?”

더 이상의 발언은 모욕적인 것으로 알아 듣겠습니다.”

이 마을에 돈을 대 주는 것은 나야. 자네는 내가 시키는 것만 잘 하면 돼.”

 

허리를 숙여 앉아있는 슈타우펜과 눈높이를 맞췄다. 푸른수염의 입 꼬리는 비열하게 일그러져있었다.

 

세 손가락, 눈 한 짝인 병신이 짐승이나 다를 것 없는 보안관 뒤에서 기세등등 하는 것도 이제...”

 

푸른수염은 말을 잇지 못했다. 어깨를 세게 잡아 누르는 악력에 몸을 비틀며 슈타우펜의 앞에서 떨어졌다. 그의 입에서 작은 신음이 세어 나왔다. 이미 그의 어깨는 날카로운 손톱에 긁혀 피가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입을 가만히 두는 법은 아직도 못 배웠나봐.”

찰리.”

 

찰리는 심드렁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푸른수염의 어깨에서 자신의 손을 떼어냈다. 그는 헛기침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불안한 듯이 쳐다보는 슈타우펜의 눈길에 찰리는 괜히 작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 발언, 지금 굉장히 안 좋게 들리는군.”

보안관 나부랭이는 빠지는 것이 좋아.”

아니. 못 빠지겠는데.”

 

구겨진 셔츠를 소리 날 정도로 털어내었다. 둘 사이에서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보다 못한 슈타우펜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 송곳니를 드러낼 것 같은 찰리의 옆에 섰다.

 

그만 하시죠.”

 

푸른수염은 물러날 때를 아주 잘 알았다. 그 때를 알았던 것이 그가 지금까지 살아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였다. 그럼, 다음에는 좋은 대답을 바라고 오도록 하지. 슈타우펜은 푸른수염의 시선을 피했다. 푸른수염은 일부러 대답을 기다리는 수고를 하지 않았다.

 

이 봐, 또 그런 식의 말을 한다면 주둥이를 두 갈래로 찢어발겨주겠어.”

 

그의 값비싼 구두는 삐걱이는 소리를 내며 사무실 밖으로 사라졌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사무실에는 정적이 찾아왔다. 머리를 긁적인 찰리는 헛기침을 하다가 담배를 하나 빼어 물었다. 앞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찾던 찰리는 자신에게 라이터가 없음을 알고 작게 욕을 뱉었다. 그 모습을 본 슈타우펜은 책상 구석에 놓여있는 라이터를 집어 찰리에게 건네주었다.

 

고맙네.”

 

찰리는 말없이 라이터를 켰다.

 

 

늑대는 돼지 삼형제의 집을 무너트렸고, 빨간 망토의 할머니를 잔인하게 잡아먹었다. 동화 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들 늑대를 싫어했다. 늑대는 그들이 자신을 싫어하는 것보다 더 포악하게 굴었다. 모두가 늑대를 혐오하고 늑대에게 총과 무기를 겨눴다.

슈타우펜은 동화 속 인물이 아니었다. 그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늑대는 숲 속에 떨어져 정신을 잃은 슈타우펜을 처음 발견 한 짐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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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정도로 올곧은 인간이었다. 대령은, 마지막까지도 등을 꼿꼿이 편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얼굴 곳곳에 새겨져있는 세월의 흔적은 그가 얼마나 고집스러운지, 또 얼마나 강직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찰리는, 담배를 바닥에다 떨구고 발꿈치로 불씨를 비벼 껐다. 발바닥 사이로 연기가 비명을 지르며 새어나온다. 한참이나 그것을 비벼 없앨 수 있다는 것처럼 행위에 열중했다. 연기는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손끝에 연기가 맴돌았다. 찰리는 통나무처럼 뻣뻣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대령의 코끝에 손을 대어보았다.

대령을 들어 올려 낡은 침대 위에 놓았다. 감긴 한 쪽 눈 언저리를 집어 올려 의안을 빼내어 탁상 위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손 모양을 어떻게 잡아야할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찰리는 여태 봐왔던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천천히 떠올렸다. 두개골에 총알 한 방, 왼 쪽 심장에 두 방. 꺾어진 관절, 그리고 비명을 지르다 멈춘 입 구멍들. 찰리는 다시 대령을 내려다보았다.

, 결국 평범한 것이었다. 원래 있었던 일처럼.

보통이라면, 한 시간 이내면 끝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초과했다. 답지 않은 감상에 젖은 탓이었다. 삽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끝까지 날 고생 시키는군.”

 

대령은 말이 없었다. 찰리는 그 얼굴을 힐끔거리며 조심스럽게 경동맥 부근을 다시 한 번 꾹 눌러 보았다. 똑같은 결과였다. 누군가 그 모습을 본다면, 자신의 모습이 꽤 웃기게 비췄을 거라 생각했다. 이미 구덩이는 다 파놓았다. 하지만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찰리는 제 성격처럼 뻣뻣하게 굳은 대령을 들어 같이 구덩이 아래로 내려갔다. 흙이 가득한 바닥에 대령의 몸을 두었다. 찰리는 쉽게 구덩이를 빠져 나왔다. 불편하게 딱 맞는 옷에 흙이 잔뜩 묻어있었지만 털 생각도 하지 않았다. 찰리는 삽에 기대었다. 해가 질 때까지.

아무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서류 보고 연락 드려요. 지금 당장 베이비시터가 필요해요. 혼내야 될 애들이 몇 명 있거든요.

 

발랄한 목소리의 여자는 장소를 말해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순간 벨 소리가 울리고, 한 손에 총을 쥔 채로 조심스럽게 문을 여니 그 앞에 놓인 종이쪽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자르기 쉽도록 만들어진 봉투를 찢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웃기게 생긴 수염에, 꽤 신경질을 많이 부리고 다니는 모양인지 미간에 깊게 패인 주름까지.

 

혼내야 할 어린이라.”

 

빈센트는 봉투를 품 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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