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될 줄 알았다. 이야기는 5분 전으로 돌아간다. 엄마한테 줄 꽃을 연인에게 선물해주고, 언제나 그랬듯이 말실수 한 번. 그리고 밀려들어오는 죄책감들. 결론만 말하자면, 숀은 리즈와 헤어졌다. 항상 겪었던 그런 연인 사이의 말다툼이나 위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 숀은 리즈와 진짜로, 정말로, 진심으로. 헤어졌다. 결국 끝을 본 것이다. 진짜 끝.

장식 된 꽃다발은 길거리에 널린 흔해빠진 쓰레기통에 처박혔다.

 

이불과 한 몸이 된 에드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윈체스터?” 동시에 숀은 이미 집과 같은 공간이 된 술집의 이름을 불렀다. 에드는 반응이 없었다. 숀은 아무것도 제 마음대로 되는게 없다고 한탄을 하며 에드의 이불을 거칠게 들췄다.

 

젠장, 오늘은 날 좀 내버려둬,”

 

에드는 어쩐 일인지 기분이 몹시 안 좋아보였다. 평소 같았다면 무슨 일인지 위로를 하며, 거실로 나가 같이 게임 한 판 하자고 능청맞게 받아쳤겠지만 오늘은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숀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에드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 숀은 윈체스터 앞에서 자조 섞인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기름칠이 덜 된 문을 힘껏 열었다. 문 귀퉁이에 달린 싸구려 종이 쇠가 긁히는 소리와 함께 울렸다. 그 소리에 윈체스터의 사장인 존은 문 쪽을 힐끗 봤지만 곧 신경을 끄고 제 할 일을 했다. 숀은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꺼내어 들고 존과 멀리 떨어져 있는 바에 앉았다. 누구랑도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한 편으로는 그 누구랑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어정쩡하게 든 손으로 존을 부르려했지만 존은 고기를 손질하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안녕, 친구. 바로 주문 할래요?”

 

숀은 밑에서 불쑥 튀어나온 정수리에 놀라 뒤로 넘어질 뻔 했다. 실제로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덕분에 손에 든 지갑을 그 머리통에 던져버렸다. 이마 한 가운데를 맞고 떨어진 지갑이 바닥에서 뒤집어졌다. 이마를 두 손바닥으로 감싸 쥔 남자가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미안해요. 반가워서 인사했는데 당신이 그렇게 놀랄 줄은 몰랐네요.”

, 안녕하세요?”

이름이?”

.”

반가워요. . 오늘부터 윈체스터에서 일하게 된 브라이언이라고 해요.”

 

숀은 브라이언의 커다란 눈을 마주 봤다. 하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자신을 쳐다보는 커다란 눈이 부담스러워 바닥으로 시선을 떨궜다. 자연스럽게 뒤로 넘긴 풍성한 브루넷, 이야기를 언제든 잘 들어줄 것 같이 상대방을 응시하는 녹색 눈동자. 그리고 자신감이 넘쳐보이는 저 미소. 이 시골 동네에 있을 평범한 사람 같아보이지는 않았다. 브라이언은 바닥에서 지갑을 주워 숀에게 건냈고 숀은 그 안에서 지폐를 꺼내 브라이언에게 건냈다.

 

맥주랑, 위스키 샷으로 세 개요.”

 

브라이언은 숀이 건내는 돈을 받아들며 불만스러운 기색을 비췄다. 바에 가지런히 놓인 꽃 장식만 멍청하게 쳐다보던 숀은 그런 브라이언의 표정을 알아채지 못했다. 몇 번의 달그락 거리는 소리와 함께 브라이언은 축축하고 차가운 잔에 담긴 맥주와 독한 알코올 냄새를 풍기는 잔 세 개를 숀의 앞에 놔주었다. 숀은 제 눈 앞에 있는 술들을 한번에 들이 마셨다. 거의 목구멍에 부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정도로. 브라이언은 조금 놀란 눈치였다.


숀의 얼굴이 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러니까,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구요?”

 

밖은 밤바람이 쌀쌀했다. 윈체스터는 그 매서운 바람으로부터 술에 취한 사람을 보호해줬다. 그 안은 술을 시키거나 서로의 험담을 하며 낄낄대는 소리로 가득했다. 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눈을 반쯤 감고 브라이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숀에게 하는 질책은 아니었다.

 

병 째로 가져다 줘요.”

, 지금 당신 꼴을 보면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닌 거 같아요.”

 

숀은 말을 잇지 못하고 훌쩍였다. 브라이언은 새하얀 천으로 광이 날 정도로 닦던 유리잔을 내려놓고 숀을 위로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고민했다.

 

잊어버려요. , 맥주가 있고 안주도 있잖아요?”

 

숀은 바에 얼굴을 처박고 어깨를 들썩였다. 브라이언은 신경질적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젠장, 맥주고 안주는 무슨! , 봐요. 저는 지금 원래 살던 곳에서 어느 미친 여자한테 걸려서 온 동네에 제 섹스 라이프고 뭐고 다 소문났어요. 그리고 가게에서 제가 믿었던 스승과 주먹다짐을 했구요. 덕분에 그 쪽에서 바텐더 일은 하지도 못하게 생겼다구요.”

 

브라이언은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못 알아챌 정도로 말을 빠르게 내뱉었다. 술을 먹은 것은 숀인데 자신이 대신 취한 것 같았다. 모든 것은 실망감에서 비롯했다. 어울리지 않게도 숀과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라이언은 자신의 모습이 프로답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말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제야 숀은 바에 눌린 얼굴을 떼고 눈물 가득한 눈을 굴려 브라이언을 쳐다보았다.

 

공부는 포기했고, 나이는 먹어가고. 결국 도망치다시피 온 곳이 이 곳이에요. 이 동네에 그럴듯한 술집에 취직한 다음 새로운 시작을 하려고 했어요. 근데, 지금 제 모습을 봐요. 여자친구와 네 시간 전에 헤어진, 맥주와 싸구려 위스키만 마시는 술주정뱅이와 이런 이야기나 나누고 있잖아요.”

 

브라이언은 말을 마치고 숀에게 얼음이 담긴 차가운 물을 건내주었다. 숀은 훌쩍이며 브라이언의 호의를 받아 마셨다.

 

, 미안해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계속 축 쳐져있지는 말라는 말이었어요.”

 

숀은 훌쩍임을 멈췄다. 남은 맥주를 들이켰다.

 

 

윈체스터의 마감 시간이 다가왔다. 남은 술을 한번에 털어넣은 숀은 이전부터 대답이 없었다. 브라이언은 존에게 눈인사를 하고 옆에 빼놓았던 외투를 걸쳤다. 존은 손질한 고기 중 남은 것들을 종이봉투에 담아 브라이언에게 던져주었다. 브라이언은 휘파람을 불며 고기가 든 봉투를 챙겼다. 물론 바에 거의 눕다시피 한 숀을 챙기는 것도 있지는 않았다.

 

이봐요. ? 일어나서 갈 수 있어요?”

“... 당연하죠.”

 

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비틀거렸다. 그리고 그 기세에 밀려 바닥에 엎어졌다. 브라이언은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바에 덩그라니 놓여진 지갑을 챙겨 손의 외투에 넣어준 다음, 그의 허리를 잡고 일어나는 것을 도와주었다.

 

집이 어디에요?”

집이요? 에드와 피트가, 기다릴텐데... 오늘은... 그냥... . 방금 뭐라고 물었어요?”

집이 어디냐구요.”

 

브라이언은 숀을 다시 한번 불렀지만 숀은 눈을 꾹 감고 상황을 회피하기에 바빴다. 꽤 곤란한 상황이었다. 브라이언은 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브라이언은 설마. 하는 생각으로 뒷걸음질을 쳤고 숀은 결국 바닥에 여지껏 먹은 술들을 다 토해냈다.

 

 

결국 브라이언은 윈체스터에 흩뿌려진 그 흔적들을 다 치우고, 토하고도 몸을 가누지 못하는 숀을 질질 끌다시피하며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관자놀이에 맺힌 땀방울을 손등으로 대충 닦아내고 바닥에 그를 눕혔다. 새로운 동네에 걸맞는 성대한 환영식이었다. 브라이언은 자신의 손님이기도 한 그를 길바닥에 내버리고 도망갈 수 없었다. 무거운 짐 ()을 끌고 온 덕에 홧홧하게 올라오는 열기를 식힐 필요가 있었다. 브라이언은 단정하게 입은 셔츠를 벗고 숀을 침대에 눕혔다.

 

 

으악숀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번쩍 깼다. 입 안에서 텁텁한 기운이 맴돌았다. 심지어 눈 앞에 보이는 천장은 처음 보는 패턴이었다. 속은 쓰리고, 무슨 짓을 한 건지 눈은 침침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얼굴을 손바닥으로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어났네요?”

 

브라이언이 새빨간 음료가 담긴 잔을 내밀며 눈썹을 까닥였다. 그리고 그 잘생긴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숀은 모든 것이 기억났다. 부끄러울 정도로. 차라리 기억이 안 났으면 좋았을텐데. 브라이언은 숀에게 얼른 받으라는 듯이 그 잔을 흔들었다. 점도가 높은 새빨간 액체가 잔 안에서 흔들렸다. 숀은 고개를 푹 숙이고 그것을 받았다.

 

숙취에 좋은 술이에요.”

 

. 그 단어만 들어도 속이 미식거리는 기분이었지만 브라이언의 정성을 생각하여 숀은 그 음료를 단번에 들이켰다. 브라이언은 잘 받아 마시는 숀을 보며 웃음지었다. 토마토 맛이 입 안에서 강렬하게 맴돌았다. 숀은 눈을 꿈뻑이고, 입을 침으로 축였다.

 

, ... 어제는 죄송했어요.”

 

브라이언은 숀의 손에 들린 빈 잔을 회수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덕분에 숀은 더 죽을 맛이었다.

 

값은 오늘 윈체스터에서 받을게요. 올거죠?”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숀은 브라이언의 집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허둥지둥 짐을 챙겨 나왔다.

 

놀랍게도. 리즈와 헤어진 숀은 그 날. 단 한번도 리즈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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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가워요, 그리고 오랜만이네요. 헥터 선생님. 일부러 얄밉게 웃는 것이 분명했다. 헥터는 콧잔등에 걸친 안경을 벗어 상 위에 천천히 올려놓고 들으라는 듯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헥터의 상담소 한 쪽 벽면의 열린 창문으로 일 월의 차가운 바람이 헥터의 몸을 차게 훑었다.

 

   로이, 상담소에 들어오는 문은 저 쪽이라고 지금까지 정확히 열다섯 번 말했어요.”

   열다섯 번? 정확히는 한 번 더 추가해서 열여섯 번이에요.”

   사실 숫자는 중요한게 아니에요.”

   그렇다면 정확히라는 단어는 옳지 않지 않나요?”

   정확히에 대해서는 제가 사과하죠. 하지만 정확한 사실은, 창문은 로이씨의 출입문이 아니에요.”

   하지만, 선생님의 비서는 이 곳에 저를 들여보내주지 않는다구요.”

 

   그야, 한 달 전에 로이씨가 이 곳에서 제 환자에게 총을 쐈기 때문이죠.

 

   헥터는 꽤나 권위적으로 보이기 위하여 의자에 눕듯이 몸을 기댄 후 말을 천천히 늘어트렸다. 그의 버릇 중 하나였다. 상대방이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상담의 주도권을 잡고, 상대방이 내뱉는 모든 말을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대부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목마른 사람들은 그런 헥터의 방식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다. 하지만 로이는 헥터가 진지한 표정을 짓든, 단호하게 말하든 신경쓰지 않았다. 헥터가 좋아하는 정확히라는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로이는 그런 헥터의 방식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있었다.

 

   헥터씨가 생각하는 그 환자 분은 저와 당신의 관계를 의심하고 찾아 온 아주 무서운 악당들, 그니까 디에고 바레스코 같은 사람들이라구요.”

   바레스코 씨는 제 목숨을 살려주셨어요.”

   , 그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어요.”

 

   와중에 나온 로이의 말은 놀랍게도 진심이었다. 로이는 가끔 남부 아프리카의 작고 더러운 병원에서 헥터가 떨어트린 디에고의 펜을 보았을 때를 추억하곤 했다. 언젠가 로이의 입에서 잔뜩 미화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헥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겁하며 그게 추억이라구요? 나랑 다른 기억을 가진 것 같은데요? 하고 비명을 질렀지만 그 펜이 아니었으면 헥터와 로이는 만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헥터도 동감했다.

 

   아무튼, 전 선생님의 목숨의 은인이라고 하여도 한 치의 부족함이 없죠.”

   그리고 제가 아끼던 화분과, 로이씨가 방금 열고 들어온 창문을 깨트리고 저 쪽 벽면에 총알 자국 몇 개도 남겨주시고 갔잖아요.”

   까다로우셔라.”

   가끔 찾아오시는 분들이 저 자국을 가르키며 무엇이냐고 물을 때마다 당황스럽다구요.”

   , 다음에도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선생님에 대한 저의 사랑이라고 표현해도 충분 할 것 같아요.”

 

   결국 헥터는 손을 들고는 항복의 표시라도 하듯 흔들었다.

 

   커피 아니면 홍차?”

   커피로 부탁할게요.”

 

   몸무게에 눌려 반쯤 꺼졌던 쇼파에서 일어난 헥터는 로이에게 다가가 그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가느다란 갈색의 머리카락이 헥터의 입술을 간지럽혔다. 로이는 자신의 이마에서 입술을 떼는 헥터의 얼굴을 다시 끌어안았다. 잘생긴 얼굴이 헥터를 보며 온전하게 웃었다. 헥터는 결국 로이가 부탁한 커피를 끓이는 대신 그의 양 쪽 볼을 붙잡고 이마, 콧잔등 그리고 입술에 쪽쪽 댔다. 헥터가 로이에게 입술을 열어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듯이 아랫입술을 붙잡고 놔주지 않았지만 로이는 고집스레 닫고 있었다. 항상 로이의 고집에 항복하는 것은 헥터였다. 헥터는 마지막으로 로이의 콧잔등에 코를 부빈 뒤 고개를 들었다.

 

   보고싶었어요. 로이.”

   저도요. 일 끝나자마자 달려온 거예요.”

   창문은 안 깨트려줘서 고마워요.”

 

   헥터는 비서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로이를 품에서 놔주었다. 로이는 헥터가 앉아있었던 약간 품이 꺼진 쇼파에 자연스레 앉아 헥터의 커피를 기다렸다. 헥터는 열려있었던 창문을 닫고, 포트에 물을 올렸다.

 

   이번에는 무슨 일을 했어요?”

   , 이거 상담인건가요?”

   상담이라기보다는, 보통 연인들의 일상적인 대화라고 해두죠.”

   저번에 선생님을 찾아왔던 그들의 흔적을 뒤쫓았어요.”

   잡았나요?”

   아주 전쟁같았어요.”

   전쟁?”

   , 재밌었다는 뜻이에요.”

   재밌었다라.”

 

   헥터가 천천히 로이의 말을 따라했다.

 

   지금 저의 정신을 분석 하려는 거라면 정중히 사양하죠.”

   , 미안해요.”

   아무튼. 진짜, 안타깝게도 코 앞에서 놓쳐버렸어요.”

   놓쳤다구요?”

 

   로이의 말에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짓고는 커피가루가 담긴 찻잔에 김이 나는 물을 부었다. 헥터는 검은 소용돌이처럼 퍼지는 그것을 티스푼으로 몇 번 저어준 뒤 로이에게 건내주었다.

 

   맛이 좀 이상한데요?”

 

   찻잔에 담긴 커피를 한모금 마신 로이는 인상을 쓰며 헥터를 바라보았다. 헥터는 나머지 찻잔에 물을 붓다말고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눈썹을 한 쪽으로 치켜올리며 로이를 돌아보았다. 로이가 헥터의 눈 앞에 자신의 찻잔을 들어 보여주었다.

 

   마셔봐요.”

   분명 전 환자는 맛있게 먹고 갔다구요.”

 

   헥터는 변명을 하며 로이의 찻잔을 받아들이고, 한 모금 마셨다.

 

   멀쩡한데요?”

   . 헥터, 항상 생각하지만 당신은 참 커피를 잘 타요.”

   당연하죠, 그리고 이거 맛 괜찮은데요? , 잠깐.”

 

   여기에 약 탔어요?

 

   흐려지는 시야에 헥터는 멍청하게 눈을 꿈뻑였다. 끄덕이는 로이의 흐릿한 얼굴이 보였다.

 

   당신을 보호하려는거예요.”

   , 잠깐만요... 이건 보호가 아니라구요...”

   헥터. 잘 들어요. 제 실수로 당신과 저의 관계가 들통났고, 당신은 지금 무척이나 위험 한 상태에요. 이건 당신의 목숨을 - ”

 

   안타깝게도 헥터의 귀에는 그 뒤의 말은 들리지 않았고, 헥터는 분명 로이의 그 말 뒤에 당신의 목숨을 가지고 놀 거예요 라는 터무니없는 상상밖에 들리지 않았다. 남부 아프리카의 작고 더러웠던 병원에서 있었던 악몽이 헥터의 머리를 강하게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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