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가장 예산이 적게 들며 쉬운 방법 중 하나는, 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그들에게 훈장을 내리는 것이었다. 전쟁이 심각한 국면을 띌 때마다 히틀러는 예산서의 한 귀퉁이에다가 명예로운 자들을 위한 훈장의 값어치를 조금 더 매겨 내리고는 했다. 죽은 자들의 훈장. 반편이가 된 몸뚱아리를 위한 훈장. 죽음의 표식이 새겨진 훈장. 나치의 훈장. 그것들을 집어 쓰레기통에 처넣고 싶은 욕망을 겨우 눌러냈다. 금테가 둘러진 훈장 위를 세 손가락을 쓸어보았다. 매끄럽고, 그 매끄러운 촉감은 나를 치욕스럽게 만들었다.

새하얗게 다려진 정복을 갖추어 입었다. 수돗물로 깨끗하게 씻은 보조물을 왼쪽 눈알에 끼웠다. 그리고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딱딱하게 서 있는 부하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준비가 다 됐으니 들여보내게.”

 

기름칠이 되지 않아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두 쌍의 군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토마스, 지미, 찰리. 원래는 세 명의 군인이 작전실 안에서 훈장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결국 이곳에 들어온 것은 두 명뿐이었다. 지미는 극심한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로 인하여 작전실에 올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토마스는 전형적인 독일계 청년이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으며 성년이 되자마자 입대를 결심했고, 지난주에 있었던 폭격의 파편에 맞아 영원히 다리 한 쪽을 절게 된 불쌍한 청년이었다.

 

귀관은 저번 전투에서 훌륭한...”

 

전투라기에는 일방적인 학살에 가까웠지만 말이다. 독일군이 입은 피해는 아주 컸다. 그 지옥과도 같은 폭격 속에서 살아온 것은 기적이라고밖에 표현 할 수 없었다. 뻔한 말들을 늘어놓으며 그의 오른쪽 가슴에 달릴 훈장을 움켜쥐었다. 손가락이 불타오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찰리. 그는 이 작전실에 있는 사람 중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서류에 쓰인 국적도, 정체도 명확하지 않았지만 그다지 상황이 좋게 돌아가지 않는 독일군은 사람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는 이곳에 있는 사람 중 제일 멀쩡했다.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잘 다듬은 콧수염에, 상황과 어울리지 않은 여유 있는 미소까지. 나는 그를 볼 때마다 기시감을 느끼고는 했다. 그는 군인과 어울리지 않았다. 용병이라면 모를까.

 

마찬가지로 저번 전투에서 훌륭한 공을 세웠더군.”

 

명령을 받을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아니, 이미 받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가 지난 전투에서 죽인 영국군의 숫자는 한 부대에 담아도 모자를 정도였다. 찰리는 가라앉은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씩 웃으며 휘장을 쳐다보았다.

그 적나라한 시선이 닿는 끝은 결국 손가락이었다.

 


 


막사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보고를 받았다. 짐승의 소행인 것 같다. 피해자들은 목덜미가 잔인하게 찢겨 발긴 채로 발견이 되었고 현장은 아무리 닦아내도 지워지지 않는 피비린내로 어지러울 정도라는 보고였다. 보고서에 서명을 하며 아주 짧게 묵념을 했다. 다른 보고서에는 탈영병들의 소식이 적혀있었다. 여러 이름들 사이로 익숙한 이름이 보였다. 가장 눈에 뛰는 건 역시 그 이름이었다. 찰리 울프. 몇 주 전에 직접 훈장을 달아주었던 군인이기도 했다. 그는 군인보다는 용병에 어울리는 사내였다. 독일군은 패배를 향해 곤두박질을 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 이곳에 남아봤자 별 이득이 될 거란 생각도 안 들었겠지. 마저 서명을 하고 서류철을 닫아 책상 한쪽에 가지런히 두었다. 할 일이 많았다.

 



 

왼쪽 팔뚝을 관통한 총알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차려입은 정복은 식은땀으로 젖었고 멀쩡한 다리는 덜덜 떨려 제자리에 서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배신자. 반역자. 즉결 심판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돌로 된 차가운 바닥은 멀어져가는 정신을 잡게 해주는 유일한 밧줄이었다. 당당한 모습으로 한 치의 흠결도 없는 죽음. 마지막은 군인으로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두꺼운 천 위로 새까만 피가 새어 올라왔다.

숨을 몰아쉬었다. 과다출혈 따위로 죽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죽지 않기 위해 할수 있는 건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 순간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건 가족들이었다. 안전한 곳에서 다시 만날 줄 알았는데. 상상으로나마 보는 얼굴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리운 풍경이었다. 점점 정신은 혼미해져갔다. 죽음 앞에 선 신체에서 내뿜는 아드레날린은 심장을 멈추지 않고 빠르게 뛰게 해주었다.

쇠창살이 무언가에 부딪히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환각인가?

튼튼하게만 보이던 쇠창살은 연약한 쇠꼬챙이처럼 보였다. 바깥에는 윤기가 나는 새까만 털의 늑대가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팔을 물고 있었다. 갓 뜯은 모양인지 피가 뚝뚝 떨어져 바닥에 검붉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 손에는 감옥의 열쇠가 달린 꾸러미가 쥐어져 있었다.

늑대는 선심이라도 쓰듯 팔을 바닥에 던져놓은 뒤 사라졌다.

 


 


제발...”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과 코를 막아버린 거친 손길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먹힌 소리는 웅웅거리는 진동과 함께 다시 목구멍을 틀어막고. 찢어졌다. 팔까지 절단이 날 거라는 공포심은 서서히 나를 좀먹고 있었다. 찰리 울프. 열쇠를 던져주고 탈출의 길을 열어준 것은 그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나를 죽이려고 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칼이 팔뚝에 쑤셔 박혔다. 이리저리 돌리며 고문을 하더니 다시 쑥 빼버린다. 날붙이 밑으로 무언가가 뚝뚝 떨어진다. 찰리는 손톱을 이용해 살덩이 속에서 무언가를 빼내었다. 찰리는 얼굴을 막았던 손을 떼어냈다.

고통은 끝이 났다. 막혔던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헉헉대며 바닥에 헛구역질을 해댔다. 뺨 위에 먼지와 함께 축축한 것들이 묻었다. 그제야 주변의 환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비릿한 냄새와 풀 냄새가 섞여 역겨운 향이 났다.

찰리는 품속에서 철제 플라스크를 꺼내어 내 입가에 가져다댔다. 뭐든 좋았다. 목이 타는 것 같았다.


고통에는 이게 직통이지.”


찰리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피비린내는 알코올 냄새에 씻겨 내려갔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 넣었다.

살아남았다. 그 안도감에 찰리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엉엉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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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찰리는 바늘이 시계의 반을 가를 때 눈을 뜬다. 달에 한두 번 올까말까 한 날이었는데, 그때마다 찰리는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고는 했다. 일종의 습관이자 버릇이었다. 찰리는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창고에 가지런하게 정리되어있는 총기를 한아름 안고 현관문이 보이는 테이블에 쏟아 부었다. 어디 빠진 것 없나 살펴본 뒤, 다시 한 번 창고로 가서 손이 부족해 챙겨오지 못했던 물건들을 챙겼다. 기다란 막대와 드라이버, 천 조각, 기름. 손질에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어젯밤에 혹사를 당한 슈타우펜이라도 덩달아 일어나곤 했다. 그는 몸이 뻐근한 모양인지 허리에 손을 짚고는 찰리가 하는 모양새를 빤히 관찰했다.

그 날은 규칙적으로 찾아오지는 않았다. 술을 진탕 마시고 침대에 엎어진 다음 날에도 찰리는 꾸역꾸역 일어나 테이블에 기어가고는 했다. 그의 대령을 괴롭힌 다음 날에도. 물론. 컨디션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만의 규칙이라도 있는 걸까. 슈타우펜은 결국 그 규칙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총열 내부를 닦는 찰리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도 있었다.

찰리는 그럴 때마다 대답을 회피하고는 했다. 알 필요가 없다던가, 그냥 하고 싶다던가. 정답이 아닌 뻔한 대답들을 늘어놓으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는 뜻이다. 슈타우펜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조용히 총을 매만지는 찰리의 기다란 손가락을 관찰하다 시선을 옮겼다. 찰리는 집중을 할 때 입술이 튀어나왔다.

 

슈타우펜은 화장실 수납장 두 번째 칸에 있어 그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권총을 찰리에게 건넸다

찰리는 잠시 손을 멈추고 세 손가락에 걸린 총을 빤히 쳐다보았다.


하긴, 당신도 군인이었으니까.”

무슨 뜻인가?”

총기를 다룰 줄 아냐고 물어볼 뻔 했거든.”


한참을 기다려도 찰리가 받을 생각이 없자, 슈타우펜은 테이블 위에 총을 내려놓았다.


이렇게 된 이후로 대부분의 손질은 하급자를 시켰지만, 전에는 도맡아서 했다네.”


아하. 찰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다시 시선을 총으로 옮겼다.


요즘 들어 손질의 횟수가 잦네만.”


찰리는 다시 손을 멈췄다.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슈타우펜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안 될게 있어?”

안 될 건 없지만... 피곤하지 않은가 싶어서 말일세.”

, 어제 꽤 힘 들었나봐.”


말이 끝나자마자 살짝 주름진 슈타우펜의 미간이 찰리의 마음에 들었다.


도와줄 건 없나?”

거기 옆에 앉아있어.”


슈타우펜은 순순히 찰리의 말을 들었다. 찰리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사뭇 진지한 손놀림으로 보였다. 찰리는 일부러 더 손질에 집중했다. 사실, 찰리는 아까부터 같은 부분만 닦고 있었다. 젠장, 이래서는 일찍 일어난 보람이 없구만.

관찰력 좋은 슈타우펜이 찰리 나름의 규칙을 발견하지 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외부에 있는게 아니라 내부에 있었기 때문이다. 찰리는 아주 가끔씩 슈타우펜을 보며 사랑을 느낄 때가 있었다. 돈을 얻기 위해, 쾌락을 얻기 위해 겉보기만 그럴 듯한 것이 아닌 진짜 사랑. 찰리는 그럴 때마다 얼음이 가득 들은 냉수 안에 얼굴을 들이 밀기도 하고, 집 밖을 빠져나와 마을 여러 바퀴를 달린 적도 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택한 방법은 테이블 위에 한가득 총을 내려놓고 그것들을 손질하는 방법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손질에 집중하다보면 찰리의 마음은 깨끗하게 씻겨 나가고는 했다

하지만 점점 한계가 다가왔다. 아무리 총의 기름때를 닦아내도 슈타우펜이 남았다.

1. 첫 번째 죽음은 갑작스럽게 다가왔다. 찰리는 몸에 묻은 마지막 흙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남과 동시에, 형체를 갖춘 공허함이 찰리를 덮쳐왔다. 차라리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찰리는 할 일이 많았다. 항상 그래왔다.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도 찰리는 다음을 위해 준비를 서둘렀고, 보란 듯이 살아남았다. 찰리는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고 계속해서 살아가야했다. 자신을 떠난 사람에게 둘 미련은 없었다.

조금 전부터 시끄럽게 울리는 핸드폰 소리가 거슬렸다. 끊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더 이상 거절하는 것은 분명 찰리의 신용에 문제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받은 전화 속에서는 소음이 들렸다.

한 시간만 기다리쇼.”

전화는 아직 끊어지지 않았다. 찰리는 잠시 고민하다가 덧붙였다.

아니, 두 시간 정도는 걸릴 것 같네.”

내가 그 곳으로 가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2. 두 번째 죽음. 죽음이 두 번이나 반복 될 수 있을까. 죽음이 반복되기 위해서는 살아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죽은 지 오래였다. 찰리는 자신의 인간을 웃도는 시력을 맹신하는 편이었다. 실제로도 일처리에 도움이 되는 편이었고, 남들보다 뛰어난 신체능력은 그가 쉽게 자만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되었다. 찰리는 눈앞에 있는 인간 하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찰리의 시선을 느끼지 못했다. 찰리는 더 노골적으로 그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그의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는 눈도 두 쪽이 멀쩡했고, 부족한 손도 없었지만 찰리는 확신 할 수 있었다. 그는 슈타우펜이었다. 앳되었지만 여전한 얼굴이었다. 그가 지나가는 길에서 그의 냄새를 맡았다. 찰리가 기억하는 여전한 향이었다.

찰리는 어느 날 충동적으로 그를 납치했다. 사람의 존재를 사라지게 하는 것은 누군가를 죽이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충분한 준비가 필요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찰리는 슈타우펜을 붙잡고 물었다. 대령? 질문보다는 확신에 가까운 물음이었다. 그는 꺾인 손목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발버둥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서투른 문장이었다.

나는 당신이 찾는 사람이 아닙니다.

찰리는 믿을 수가 없었다.

 

3. 사진을 전해 받았을 때, 찰리는 헛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또 만났네. 찰리의 옆 좌석에 앉은 의뢰인은 그의 반응에 불안한 기운을 숨기지 못했다. 적어도 의뢰인 본인은 아닌 모양이었다. 의뢰인에게 돈을 받고 대신 의뢰를 하러 나온 사람 또는 그의 말단 직원쯤 되는 인간이었다. 찰리는 느긋하게 턱을 쓰다듬으며 그가 건넨 사진을 넘겨보았다.

아는 사이인가?”

아니.”

잔금은 일이 끝나면 보내주지.”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찰리의 차에서 빠져나갔다. 찰리는 그가 빠져나간 자리에 깔끔한 정복을 입은 슈타우펜이 찍힌 사진을 던져 놓았다. 시계를 확인하니 그가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갈 곳은 정해졌으니 더 이상 망설일 것도 없었다. 차의 시동을 걸었다.

 

한창 강의 중인 모양이었다. 꽤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듬성듬성 자리 잡은 학생들과 강당 위에 선 그가 보였다. 찰리는 일부러 큰 소리를 내며 맨 뒷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어떻게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은 험악한 인상에 시선은 곧 제자리로 돌아갔다. 찰리는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또 똑같은 얼굴이다.

자네는 이름이 뭐지?”

찰리 울프.”

찰리는 주머니 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원칙적으로 청강은 금지가 아니지만.”

그는 찰리에게 다가갔다. 찰리의 손에 쥔 담배를 뺏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 태도라면 내 강의를 듣게 허락할 수는 없네.”

한 쪽 눈이 안 보이는군?”

그는 찰리의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당황한 듯싶었다.

그래. 폭약에 맞아 눈과 다리를 잃었다네."

찰리는 삐딱하게 걸터앉았던 자세를 고쳐 앉으며 손을 내저었다.

얌전히 있을 테니까 듣게만 해달라구.”

? 뻔뻔한 태도로 자신을 쳐다보는 찰리의 얼굴을 그는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찰리슈펜으로 환생을 거듭하는 슈펜이 보고싶다 

찰리는 늑대 수인이면서도 모종의 이유로 몇 백년을 그대로 살고 어떻게든 환생하는 슈펜과 엮이는 거로 처음 환생 했을 때는 찰리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영문을 모르는 슈펜 환생체 잡아다가 괴롭히고 왜 날 모르는 척 거짓말 하냐고 닥달하면서 억지로 섹스하고 눈과 손이 멀쩡해서 그렇냐고 기억나게 해준다고 눈 한 쪽 멀게 하고  + 손도 부러트리고 그러다가 결국 환생한 슈펜은 찰리의 손에 쇼크와 패혈증으로 죽음 그 이후에 죄책감과 후회가 섞여서 사는둥 마는둥 하던 찰리가 보고싶다 시간이 갈 수록 괴팍하게 변해가는 찰리 (슈펜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 이거 너무 보고싶네 ㅜ.ㅜ

그래도 돈이 없으면 불편하니까 의뢰는 간간히 받고 그러는데 ~몇 십년 뒤~ 또 환생한 슈펜이 찰리의 의뢰 타깃으로 지정되었으면 좋겠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슈펜은 다리와 눈 한 쪽을 잃은 상태였는데 그 때문에 반전시위+군수산업 철폐 운동 같은 걸 하는 꽤 명망있는 젊은 교수였고 그 이유때문에 찰리에게 슈펜을 죽이라는 의뢰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물론 찰리는 의뢰인이 건네는 사진을 보자마자 의뢰는 무슨 다 집어치우고 슈펜을 보러 떠남 물론 찰리는 의뢰를 핑계로 슈펜을 보러 가는 거라고 생각함

슈펜은 찰리를 보자마자 언젠간 누군가의 손에 죽을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킬러가 찾아올거라고 생각은 안 했는데 (얼굴에 킬러라고 적혀있는 찰리) 자포자기 하고 강의 끝나고 찰리랑 단 둘이 남아있을 때 죽음을 맞이하려고 준비했으면 좋겠다 근데 찰리가 죽일 생각은 안 하고 계속 따라오기만 해서 당황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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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님리퀘



찰리는 운이 좋았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운명처럼 찰리를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그에게 의뢰를 맡기는 모든 이들은 찰리의 깔끔한 일솜씨에 찬사를 보냈고, 그의 뱀 같은 혀에 휘말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의 지갑을 열어 찰리에게 건네주었다. 찰리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자신에게 모든 일들이 잘 풀릴 거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자신감은 찰리의 운을 좋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였다. 물론 자신감만으로 해결되는 일은 없었지만, 이런 일들은 대부분 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운으로 해결된 적이 많았다.

평범한 하루였다. 운이 더 좋았다는 것만 빼면. 며칠 동안 쫓아다닌 표적을 겨우 죽인 날이었고, 집에 들어가지 못한지 며칠이 지난 날 이었다. 찰리는 의뢰 기간이 지난 만큼 줄어든 돈 보따리를 걱정하며, 하지만 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찬 체, 의뢰인의 집안에 들어갔고 그는 그 곳에서 머리에 방아쇠를 당긴 모양인지 징그럽게 해체 된 머리통과 그 옆에 놓여 있는 돈다발을 발견했다. 찰리의 선택은 아주 간단했다. 의뢰주가 자살을 했다는 사실과 집 안에 인기척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찰리는 바로 그의 옆에 놓인 돈이 들은 보따리를 챙기고, 집 안을 좀 더 뒤져 귀중품 몇 가지를 챙겨 나왔다.

 



슈타우펜의 유일한 취미는 책을 읽는 것이었다. 손 한 쪽과 세 손가락을 잃은 그에게는 전형적인 취미라 할 수 있었다. 지겹도록 읽었던 군사학에서부터 가끔은 흥미 위주의 소설을 닥치는 대로 읽어 나갔다. 찰리는 그의 취미 활동을 탐탁찮게 바라보았다. 정착지를 자주 옮기는 특성 상 짐이 늘어나는 것은 그들에게 유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점점 쌓여가는 책 무더기를 보는 슈타우펜도 찰리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짐이 늘어난다면, 처분하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었다. 덕분에 마을과 동떨어진 곳에 있는 적당한 크기의 주택에서 사는 그는 이따금씩 한 꾸러미의 낡은 책들을 이고 마을에 내려가고는 했다.

옛날보단 환경이 열약해진 것은 사실이었다. 희귀한 판본이나 읽고 싶었던 책들을 손에 넣기에 마을은 너무 작았고, 취급하는 문서도 적었다. 슈타우펜은 늙은 노인이 마을에서 운영하는 작은 책방을 주로 이용했다. 중고 서적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슈타우펜은 노인과 안면을 튼 뒤에는 그에게 읽고 싶은 책을 부탁해 돈을 주고 사오고, 다 읽은 책들은 그에게 싼 값에 파는 식이었다.

오늘은 운이 좋았던 것이 분명했다. 노인이 뿌듯한 얼굴로 내미는 책의 표지가 익숙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프로이센 육군참모의 역할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끌레아모 저서의 책이었다. 그 책은 절판 된지 이십 년이 흘렀고, 독일이 전쟁에서 패배한 지금과 같은 사정에서는 구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 할 정도였다. 심지어 대령의 직위에 있었던 슈타우펜 조차. 부르는 것이 값인 물건이었다. 슈타우펜은 놀란 표정으로 노인을 쳐다보다 조심스럽게 책을 받아 품에 안았다.

슈타우펜은 그답지 않게 허둥지둥 옷 주머니에서 돈을 찾았다. 찰리가 주고 간 돈으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사정을 말하고 나중에 다시 가격을 무는 방식으로 해결 할 작정이었다. 노인은 그런 슈타우펜의 생각을 꿰뚫어보았다.


주는 건 아니고, 빌려주는 것일세.”

대여금이라도 드리겠습니다.”


유일하게 오는 단골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하면서 노인은 한사코 거절했다. 만만찮은 고집이었다. 슈타우펜은 결국 노인의 고집에 못 이겨 책과 책을 팔은 대금을 건네받고 책방을 나왔다.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슈타우펜은 소중하게 책을 짐 가방에 넣은 뒤, 남은 돈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평소의 그였다면 돈을 남겨 가는 것도 좋은 선택지였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유난히 기분이 좋았던 탓도 있고, 찰리가 집을 비운지 며칠이 지나 그를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지루하단 이유도 있었다. 결국 슈타우펜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마을의 번화가였다. 값이 나가는 와인 한 병과 어울리는 살라미 한 팩을 살 생각이었다. 찰리가 일을 마치고 온다면 그와 한 병을 비울 수도 있었고, 그가 오늘도 들어오지 못한다면 또는 않는다면 혼자서 반 병 정도를 마실 것이다. 그럴 생각이었다.

분명히 그럴 생각이었는데, 번화가를 둘러보고 나온 슈타우펜의 짐 가방에는 찰리가 좋아하는 도수가 높은 독주와 비스킷이 들어있었다. 가끔은 가벼운 술 대신 독주를 마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거칠고 새까만 털을 가지고 있는 그의 늑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바로 앞에서 마주쳐버렸다. 찰리는 당황한 표정을 재빨리 풀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슈타우펜을 쳐다보았다.


오랜만이네?”


반가운 마음이 컸지만 말은 퉁명스럽게 튀어나왔다. 슈타우펜은 어깨를 으쓱였다.


다친 덴 없는 건가?”


걱정해주는 말에 샐쭉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찰리의 눈에 슈타우펜의 어깨에 한가득 진 짐이 들어왔다. “그건 뭐지?” 슈타우펜은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자네가 좋아할만 한 것을 샀지.”


사실 찰리도 마찬가지였다. 귀중품을 돈으로 바꾸고, 두둑해진 지갑을 들은 찰리가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그가 좋아하지도 않는 베이커리였다. 잠깐의 변덕이라고 하자. 찰리는 슈타우펜이 그리워지는 참이었고 그가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싶었다. 물론 인정하지는 않았다.

찰리가 들린 베이커리는 각국의 유명한 디저트를 모아놓은 가게였다. 찰리와 같은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각기 다른 형형색색의 디저트들을 들고 가게를 나서곤 했다. 찰리가 독일의 디저트가 진열 되어있는 코너에서 멈춰섰다. 다른 나라의 디저트완 달리 공을 들여 꾸미지 않은 디저트들에 웃음이 나왔다. 슈타우펜 특유의 뻣뻣함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수많은 케이크 앞에서 한참동안 고민하던 찰리는 결국 하나를 골랐다. 누가 생각날 정도로 투박한 케이크였다.

 




슈타우펜은 찰리의 손에 쥔 상자의 정체를 일찌감치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입 밖에 올려 찰리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심사가 뒤틀린 찰리는 분명 자신을 생각해서 사 온 케이크를 부끄럽다는 이유 하나로 바닥에 던져버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정하지 않겠지만 찰리는 그랬다. 슈타우펜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자네를 위해 선물을 사왔네. 적절한 시기에 맞춰 왔군.”


찰리는 슈타우펜의 어깨에 걸친 짐 꾸러미를 쳐다보았다. 보기에도 묵직한 것이 짐작이 가는 선물이었다.


?”

그래.”

오늘은 책을 사오지 않았나보지?”


슈타우펜은 고개를 끄덕였다. 찰리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해봤자 이해하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자네가 올 것 같았거든.”

, 내가 때맞춰 왔나보네.”

그런 셈이지.”


성큼성큼 걷다보니 어느새 집 앞이었다. 이러다가 상자의 내용물을 영원히 구경하지 못 할 것 같았다. 찰리는 새하얀 식탁 위에 상자를 올려놓고 재킷을 벗고 있었다. 상대가 찰리인지라 걱정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숙박은 알아서 잘 해결한 모양인지 몸에서는 비누 향이 풍겨왔다.


그건 뭔가?”

.”


찰리는 주위를 서성이다 대답했다.


기념일은 아니지만,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잖아? 오늘 운이 좋기도 했고, 빈손으로 오긴 아쉬워서 사왔지.”

이 근처 베이커리에서 사온 게 아니군?”

알다시피 여긴 맛없잖아.”

내 생각이 나서 사 온 건가?”


하하. 찰리는 과장된 웃음을 하고는 의자에 삐딱하게 기대어 앉았다. 무언가 대꾸할 말을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결국 찾지 못했는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슈타우펜은 짐 꾸러미에서 도수가 높은 중국술과 함께 사온 비스킷을 꺼냈다. 찰리는 놀란 눈치였다.


그걸 왜 사왔어?”

자네 선물이라고 했잖아. 그리고 나도 술을 즐기는 편이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야 그렇겠지만...”

나도 자네가 사온 선물을 확인해야겠군.”

선물 아니라니깐.”


슈타우펜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린 찰리가 자신이 상자를 까는 모양새를 유심히 살펴보는 걸 알 수 있었다. 상자 속에서는 먹음직스러운 바움쿠헨이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케이크였다. 슈타우펜은 미소 지었다.


울프, 이게 어떤 날에 먹는 케이크인줄 아나?”


찰리는 고개를 저었다.


평범한 재료로 만들지만 만드는 게 꽤 어려워 특별한 날에나 먹는 음식이라네.”


케이크를 먹기 좋게 자르며 말을 이었다. 찰리는 술을 따르고 있었다.


가령 결혼식이라던가.”

참 특별한 날이네. 그거.”


짓궂은 농담이었다. 슈타우펜은 자리에 앉아 찰리가 따라준 술잔을 잡아 들었다.

 

자신 있게 말하더니, 몇 잔 마시지도 않더니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비틀거리는 모양새다. 찰리는 그 꼴이 웃기기도 하고 보기도 좋아, 일부러 슈타우펜을 자극하며 술을 더 마시게 했다.


기분이, 좋군...”


혼잣말까지 하는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먹이면 안 될 것 같았다. 찰리는 슈타우펜의 잔을 뺏어 식탁 위에 올려다 놓았다. “돌려주게.” 무방비로 있던 손을 슈타우펜이 덥썩 잡아버렸다. 웬만한 일에 놀라지 않는 찰리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아니, 진짜 취했거든?”

찰리, 자네는 날 왜 구해준 건가?”


웃음을 멈추고 물어보는 슈타우펜의 눈은 타오르는 도화선처럼 빛나고 있었다. 찰리는 자신이 슈타우펜에게 휘말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찰리의 팔목을 잡은 손은 빈약하기 짝이 없었지만 놓을 수가 없었다. 슈타우펜이 원하는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구해준 것이 아니었다.


넌 거기서 죽을 인간이 아니었어.”


찰리는 자신의 손을 잡았던 슈타우펜의 손을 뒤집어 잡고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죽을 거라면 내가 죽였겠지.”



 

사실 정신을 잃었던 게 맞다. 슈타우펜은 목덜미가 축축하게 젖는 것을 깨닫고 뒤늦게 눈을 떴다. 늑대의 모습을 한 찰리가 위에 있었다. 찰리는 며칠동안 슈타우펜을 보지 못한 보상을 받기라도 하겠듯이 슈타우펜의 온 얼굴을 물고, 빨았다. 기다라고 축축한 혀가 얼굴을 싹 핥을 땐 눈을 찡그리곤 했다.


, .”


살짝 아프게 깨문 목덜미에 슈타우펜이 비명을 작게 질렀다. 그 소리에 찰리는 목덜미에 묻었던 얼굴을 들어 슈타우펜과 눈을 마주쳤다. 이미 이성이 남아있지 않은 얼굴이었다. 찰리에게선 독한 술 냄새가 났다. 슈타우펜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일지도 몰랐다.


. 찰리, 잠깐만...”


부탁해봤자 찰리는 듣는 척도 하지 않겠지만, 애타게 불렀다. 그 반응은 찰리를 더 흥분하게 만든 모양인지 찰리는 슈타우펜의 목덜미를 핥아 없애겠다는 듯 더 집중했다. 문득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에 겁이 났지만 슈타우펜의 불완전한 손은 찰리를 밀어내지 못했다. 결국 밀어내는 것을 포기하고, 찰리의 주둥이를 몇 번 쓰다듬었다. 찰리는 눈을 치켜뜨더니 가만히 슈타우펜의 가슴팍에 머리를 내리고 누웠다. 가슴을 답답하게 내리누르는 느낌이 싫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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