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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AU (벤지이단 전력)


도둑질로 하루를 버티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닭을 잡아먹거나 닭이 없다면 시궁쥐 따위의 것들의 털을 뽑고 잘 손질해 식탁 위에 올리고는 했다. 여우의 삶은 원래 그런 것이다. 특히 도시에 사는 여우일수록 더더욱! 벤지는 이단이 한 무더기 가져온 사과를 흐르는 물에 씻으며 생각했다. 며칠 째 사과만 먹고 있잖아. 이단이 도둑질로 생활을 연명하지 않겠다고 선언 한 이후로. 이렇게 살다가 굶어 죽는 것은 아닐까? 요즘 이단의 피부도 퍼석퍼석하고 기운도 없이 다니는 것이 벤지로서는 아주 안타까운 일이 아닐 리가 없었다.

그랬다. 벤지는 고기가 먹고 싶었다.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당장이라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짐승의 비곗덩어리가 먹고 싶었다. 교양이 있는 현대 여우는 불을 이용하여 고기를 익혀 먹고는 했지만 몇 주, 몇 달 동안 육식이라고는 구경도 못 한 여우는 그런 체면을 차릴 때가 아니었다.

주둥이로 크게 사과를 베어 물었다. 정확히 반이 갈린 사과 속에 딱딱한 씨앗이 보였다. 씨앗을 빼서 멀리 던져버렸다. 비실비실 날아가는 씨앗 뒤로 농장이 보였다. 양계장, 사과주 농장, 칠면조 농장. 벤지는 응큼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농장 한 번, 사과 한 번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이단의 얼굴을 떠올리고, 결심했다. 응큼하게 지었던 표정을 가다듬었다. 이단을 속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단단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네 발을 사용해 재빠르게 집으로 달려갔다.

미스터 헌리가 일거리를 준댔어요.”

그래?”

두더지의 시력과 집 안 환경의 관련성에 대한 칼럼인데, 돈도 바로 준대요.”

잘 생각했어.”

이단은 신문을 읽던 것을 접어 식탁 위에 내려놓고 벤지를 쳐다보았다.

좀 어때요?”

불경기라 그런지 일자리가 없더라. 다른 일을 알아봐야할 것 같아.”

예를 들어?”

눈치를 보았다. 괜히 온 몸의 털을 박박 긁으며 이단의 대답을 요구했다.

도둑질은 아니야.”

그럼 그렇지.

 

 

밤이다. 벤지는 눈과 주둥이 세 쪽에 구멍이 뚫린 복면을 뒤집어쓰고 조심스럽게 집을 나섰다. 어깨에는 푸대자루를 메고 발 윗꿈치로만 살살 걸으며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단은 자는 듯싶었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 농장과 거리는 멀지 않았다. 후다닥 달려가 철조망을 넘고, 경비견을 피하고, 물구나무를 서고, 백 덤블링을 하고. 어찌저찌 들어왔다. 꽥꽥꽥. 닭이 떠드는 소리가 경쾌하다.

 

 

돈 받았어?”

책이 불티나게 팔린대요.”

어제까지만 해도 텅텅 비어있던 저장소가 잘 손질된 닭들로 넘쳐났다. 잠이 덜 깬 표정이던 이단은 저장소를 한 번 닫았다가, 다시 열었다. 먹음직스러운 닭고기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미스터 헌리 덕이죠.”

게걸스럽게 고기를 먹으며 능청맞게 대답했다.

 

 

벤지의 어깨 위로 사과주가 가득 담긴 푸대자루가 무겁게 흔들렸다.

 

이단이 의심을 하는 것 같았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야. 벤지 던. 한 동안 먹을 식량도 비축해 놓았고, 이단을 더 이상 속이기도 싫었다. 다시 한 번 주둥이와 눈구멍이 세 개 뚫린 복면을 뒤집어썼다. 네 발로 재빠르게 뛰어 칠면조 농장으로 들어갔다. 경비견도 없었고, 보초병도 없었다. 조용하게 움직였다. 개구멍 사이로 잔뜩 몸을 낮춰 들어갔다.

이 여우 녀석, 드디어 잡았구나.”

물론 칠면조가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인간의 목소리가 들렸을 때, 벤지는 알 수 있었다. 함정이구나. 들켰구나! 칠면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엽총을 든 괴팍하게 생긴 노인네 세 명이 벤지를 둘러쌌다. 벤지는 뒷걸음질을 치며 자신이 들어온 개구멍을 보았지만 세 명의 노인 중 한 명이 그 구멍을 막아섰다.

올 겨울은 이 녀석의 털로 목도리를 만들어 버틸 수 있겠군.”

살아있는 상태에서 털을 벗겨야해.”

고통스럽게 털을 벗기자. 고통 속에서 털을 벗기면 더 윤기가 날거야.”

가장 괴팍하게 생긴 노인네가 벤지의 앞으로 다가왔다. 벤지는 빠져 나갈 구멍이 없었다. 막다른 골목. 죽음. 이단이 생각났다. 후회해봤자 늦었다. 벤지는 눈물을 흘렸다. 노인네들이 여우가 겁에 질린 모습이 역겹다며 낄낄대는 소리가 들렸다. 꼬리를 잡혔다. 버둥거렸지만 팔뚝에 작은 상처만 나게 할 뿐 그다지 효과적인 반항은 아니었다. 노인네들은 철장에 벤지를 가두었다. 벤지의 머리속에 여우 목도리가 된 꼬리, 박제가 된 머리, 닭처럼 털이 빠진 처참한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단. 도둑질은 더 이상 안 된다며 우리의 힘으로 돈을 벌어보자던 이단.

노인네들은 축배를 들자며 장소를 빠져나갔다. 벤지는 앞발로 땅바닥을 쾅쾅 치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이단이 보고 싶었다. 코를 팽팽 풀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며 끝까지 도둑질을 끊지 못한 자신을 원망했다.

벤지.”

이단이 보고 싶어 목소리까지 들린다. 벤지는 눈물로 흐려진 눈을 비비며 이단의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단?”

진짜 이단이었다. 이단은 앞발로 팔짱을 낀 체 벤지를 노려보았다.

여기서 빠져 나가자.”

이러다가 이단도 잡히고 말아요. 안 돼요. 혼자라도 얼른 빠져나가요.”

바닥을 봐.”

바닥이요?”

바닥을 보았다. 평범한 흙바닥이었다.

그래. 바닥.”

꽁꽁 막혀 있는 걸요.”

벤지. 아무리 현대- 여우라고 해도, 자신의 본능을 잊어버릴 필요는 없어.”

이단은 발로 바닥을 툭툭 치며 말했고, 드디어 깨달았다. 땅을 파서 탈출하면 되는구나. 벤지를 괴롭히던 여우 꼬리 목도리와 박제가 된 머리 그리고 털가죽이 벗겨져 알몸이 된 자신의 모습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실망했어.”

이런 말을 들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것이 좋았을 거야. 벤지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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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가장 이질적인 상자는 벤지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충분하고 심지어 흘러 넘쳤다. 벤지는 혹시나 상자 안에 들은 것이 포장지만 그럴듯한 폭탄이라든가 총이라든가. 그 무엇도 아니라면 설마, 진짜 포장지에 적혀있는 그대로의 것? 진짜? 한참동안 상자 겉을 살핀 벤지는 궁금함을 내리 누르는 데 온 힘을 더했다. 식탁 위에 그대로 두었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물건의 주인은 뻔했다. 이단 헌트. 벤지는 이단이 올 때까지 얌전히 바닥이나 쇼파에 누워 물건 개봉의 순간만을 기다릴 생각이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 덕에 몸을 퍼득이며 일어났을 때, 이단은 벤지의 바로 옆에서 잔뜩 젖은 머리를 털고 있는 중이었다. 언제 왔어요? 이단은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는 척 하다가 대답했다. 한 시간 전에. 많이 기다렸어? 벤지는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이단은 잔뜩 젖은 수건으로 덜 젖은 머리를 몇 번 더 털었다. 바닥에 미처 닦지 못해 떨어진 물방울들을 대충 손으로 훔쳐 닦았다. 그리고 다시 수건으로 손을 닦았다.


, 맞다. 벤지의 혼이 빠진 소리에 이단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거 말인데…….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잠이 덜 깬 탓이었다. 이단은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었다. 저녁 먹었냐구? 아니요. 첫 번째 답은 틀렸다. 벤지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내일 보기로 한 영화? , 영화관 앞에 멕시코 음식점이 새로 생겼어요. 내일 같이 가요. 근데,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니에요. 두 번째 답도 틀렸지만 전혀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벤지는 거의 머리를 쥐어뜯듯이 하고 있었고 이단은 머리 대신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식탁 위에 있는 보, ……. 상자요! 웬 거예요? 손가락이 딱 하고 마주치는 소리와 함께 답이 나왔다. 그거? 보드게임인데. 그럴줄알았, ? 이단은 축축하게 젖은 수건을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일어난 김에 벤지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상자도 챙겼다. 총이라도 들었을까봐? 이단은 벤지의 머릿속에서 사는 것이 분명했다. 벤지는 정곡을 찔린 것이 부끄러워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폭탄두요. 민망할 정도로 크게 웃어버린 이단은 달아오른 벤지의 얼굴을 보고 웃음을 멈췄다. 괜히 헛기침을 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친척이 딸을 낳아서 선물로 샀는데, 게임을 즐기기에는 너무 어린……. 벤지는 그만 말을 끊고 말았다. 친척? 친척이요?? 자신의 생각에 빠져든 이단은 벤지의 얼빠진 표정을 보지 못했다. 자세히 따지자면 어머니 쪽이지. 벤지는 말까지 더듬으며 되물었다. 그러니까, 이단의 가족이요? 이단은 뒤늦게 벤지의 물음에 담긴 경악을 알아챘다. 벤지, 난 외계인이 아니야. 헌트라는 성도 물려받은 거고. 이단은 주절주절 말하는 벤지의 뺨을 감싸 쥐었다. 손 안에 들어오는 얼굴은 달아오른 것보다 더 뜨거웠다. 뺨이 눌린 탓에 발음이 잔뜩 뭉개졌다. 외계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물론 알죠. 하지만 아는 것과 느끼는 건 다르다구요. 뭐가 다른데? 이단은 그냥 태어났을 때부터 이단 헌트였을 것 같아서요. 이단은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뻔한 생각이었다.


영화를 너무 많이 봤어. 벤지. 벤지는 자신의 뺨에 올라와있는 이단의 손을 잡아 내렸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익숙해진다구? 이번에는 이단이 물을 차레였다. 잡은 양 손을 몇 번 주무르다가 대답했다. 당신도 사람이잖아요. 가족도 있고 친척도 있고, 가끔은 취미로 게임도 즐기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요. 그걸 자꾸 잊게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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