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지, 부탁이 있어. 이단의 덤덤한 말투에 벤지는 게임이 틀어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듣고있어. 톡톡 가볍게 치는 키보드 소리와 함께 나른하게 대답했다.

 

   나 좀 때려줄래?

 

   그 소리는 마치, 오늘 점심은 간단히 크리스피에 가서 도넛이나 먹자. 와 들려오는 운율이 비슷했다. 무엇보다 벤지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렇게 들었다. , 도넛. 좋지. 벤지가 신경질적으로 마우스를 딸칵였다. 그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 바닥을 뛰어다니던 3D2차원 캐릭터는 사라지고, 여러 수치가 적힌 로딩 화면이 나타났다. 노트북을 닫은 벤지가 몸을 돌려 이단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뭐라고? 이단은 유난히 참을성이 많았다. 벤지가 자신의 요구를 한번에 알아듣지 못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어깨를 으쓱 올렸다 내리며, 다시 말했다.

 

   그니까 좀,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구.

 

   아하. 그렇구나. 벤지는 정말 알겠다는 듯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약간 망설이다가, 양 손을 들고 그니까 구멍을 만들어 검지를 집어넣었다 빼는 민망한 제스쳐를 취했다. 그것은 속된 행위로, 성관계를 의미했다. 그리고 망설이며 말했다. 내가 음, 깔리면 되는거야? 이단은 결국 손바닥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니, 난 네가 날 때려줬으면 좋겠어.”

   , 그래? 간단하네, 널 때리라니. 그리고 넌 날 죽이면 되는 건가?”

   아니. 난 가만히 있을 거야.”

   , 이단?”

   그래.”

   내가 진짜 네 엉덩이를 때리는 것을 바라고 있는 거야?”


   그래. 이단은 약간 달아오른 얼굴로 긍정했다. 사실 벤지는 아까부터 이단의 사고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단이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벤지는 좀 수동적일듯

벤지 귀여워 이단 벤지 잡아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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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서가 도착했다.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풍경이 담긴 사진이었다. 보내는 이도, 아무 말도 적혀있지 않았지만 벤지는 어렴풋이 엽서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보고싶어. 이단의 목소리가 가슴께에서 들려왔다. 벤지는 한참이나 엽서의 귀퉁이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한숨을 쉬었다. 바로 손이 닿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그 곳에는 빛바랜 수십장의 엽서들이 가지런히 꽂혀있었다. 엽서가 마치 이단이라도 되는 것 마냥 한참이나 쥐고 있다가, 벤지는 가장 뒤의 자리에 엽서를 꽂아 넣었다. 이단이 IMF에서 제명된지 1년이 살짝 넘는 날이었다.

 

   이단의 도주를 도왔다. 이러한 이유로 국장에게 잔뜩 미운 털이 박힌 탓에 오늘도 벤지의 앞에는 처리해야 할 서류가 잔뜩 쌓여있었다. 망할, 오늘도 혼자 야근 당첨이네. 벤지는 아파오는 머리에 두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 퇴근을 준비하는 주변 요원들과 말을 섞기 싫었던 벤지는 클래식을 튼 볼륨을 최대로 올린 헤드폰을 뒤집어 쓰고 피아노를 연주하듯 신경질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벤지는 모니터 쪽으로 구부정하게 굽혔던 허리를 피고, 눈을 꿈뻑 감았다 떴다. 이러다 제 명에 못살겠구먼. 들으라는 듯이 크게 중얼거렸지만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직 확인해야 할 정보들은 반도 넘게 남아있었다. 집중이 될 리가 없었다. 날이 그랬다. 818. 사라진 이단.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는 IMF. 그리고 흔적 없이 텅 빈 집. 이단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거짓인 것 마냥 사람들은 그렇게 살았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콧등을 긁적이던 벤지는 약간 음침한 기분이 들었다. 소리가 들리는 화장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다시 한 번 물방울이 떨어졌다. 결국 벤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미리 꺼 둔 탓에 화장실 안은 아주 컴컴했다. 물방울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벤지의 눈이 어둠에 약간 익숙해지자, 그 안에서 그림자가 움직였다. , 벤지는 얼떨떨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오랜 시간동안 수많은 글자와 그림들만 본 탓에 자신의 눈이 제 기능을 못하나 싶었다. 벤지는 한참의 적막이 흐른 동안 겨우, 이단? 자신의 예상이 맞기를 바라며 조심스레 불러보았다.

 

   안녕. 벤지.”

   이단?”

   그래. 나야.”

 

   이 상황에서 벤지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가지였다. 저 잘생기고 완벽한 얼굴에 주먹을 한 방 날려주는 것. 일 년 동안 존재하지 않는 것 마냥 자신의 흔적을 지우더니 고작 찾아 와서 한다는 말이, ‘그래. 나야.’ 같은 것 이었다. 벤지는 이단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는 그 생각을 실제로 옮기고, 이단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그대로 크게 한 방 얻어맞았다. 이단은 멍청한 표정으로 얼얼한 오른쪽 뺨을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인사치고는 좀 격한걸.”

   젠장, 죽은 줄만 알았다구.”

   너한테 생일 축하 받고 싶어서 왔어. 보고싶었어, 벤지.”

   그런 말 하는 걸 보니까 진짜 이단 헌트는 맞네.“

 

   결국 벤지는 화 낼 기운도 잃어버렸다. 이단에게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살짝 숙여 볼에 입술을 부볐다. 이단의 입꼬리가 훤칠하게 말아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벤지는 이단의 얼굴을 두 손에 넣고 기른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씩 보이는 귓불을 어루만졌다.

 

   생일 축하해, 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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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제 더이상 만나지 말자구?”

 

   이단은 말 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답게 한 치의 미동도 없었다. 단지 그냥 눈만 느리게 깜빡이며 쳐다볼 따름이었다. 강하고 무거운 침묵이 잠시간 머리 위를 빙빙 돌았다. 말라오는 입 속의 점막에 침을 최대한 끌어 모으고, 삼켰다.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 그럼 다시 우리는 친구인거네. 이 상황에서 그런 말 들으니 아주 좆같은걸. , 그러지. 간단하네 아주. 몇 번이나 입술을 떼었다 붙였다. 결국 나온 목소리는 멍청한 말이 되어 이단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다. 빌어먹을, 젠장, 좆같은. 정말 하고 싶은 욕설은 목구멍으로 들어가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단의 연애사는 항상 이와 같았다. 항상 지켜보아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처절한 연애사에 내가 포함 되있는 것은 예상하지 않은 바였다.

 

   떠날거야?”

 

   이단은 헌리 국장을 죽였다. 완벽한 솜씨였다. 차가운 총알은 헌리의 이마 정중앙을 뚫고 피와 함께 벽에 박혔다. 믿을 수 없어 혹시나 그 헌리의 마스크를 쓴 괴한을 죽인 것이 아닐까 얼굴 피부를 긁어보았다.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피와 살점이 손톱 밑으로 긁혀 들어왔다.

 

   너는 나를 잡으려다가 놓쳤고, 기절한 상태로 IMF에게 발견 될 거야.”

 

   쏟아 낼 질문이 아주 많았다. , 도대체 왜? 뒷목에 강한 충격이 왔다. 질문은 목소리가 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가물가물하게 사라지는 시야 밖으로 이단 헌트가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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